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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군자와 소인배

“주말에 어떤 프로그램을 보아야 하나?”

지난 일요일 KBS 주말 대하 드라마 ‘정도전’이 끝나고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 역시 권력욕에 빠진 잔인한 승부사인 정안군 이방원이 아니라 삼봉 정도전을 중심에 세웠으니 작가의 역사관 또한 민본(民本)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정안군이 삼봉을 베기 전 나눈 이야기는 두고두고 여운을 준다.

재상총재제도를 거둔다면 대업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방원의 꼬드김에 대한 삼봉의 일갈(一喝)이다.

“이 나라의 성씨를 모두 합쳐 뭐라 하는지 아느냐? 백성이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재상은 백성이 내린다. 해서, 재상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보다 백성에게 더 가깝고 더 이롭고 더 안전한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

이어 방원의 가슴 속에 깊이 묻고 있던 의문이 ‘조선의 군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쐐기를 박는다. “백성을 위한 도구니라.”

칼을 쥔 ‘소인배’와 목을 내놓은 ‘군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면이다.

군자와 소인배. 현대사회에도 유의미한 이들에 대해 조광조는 ‘군자소인지변(君子小人之辯)’에서 이렇게 말한다.

“재앙이 되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소인이 군자를 모함하는 데 있다./…/그리고 소인은 주야(晝夜)로 군자를 공박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소인은 주인과 만날 때에 예절에 맞는 모양새를 갖추고 좋은 말로 꾸미므로 그를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일이 군왕(長)의 덕목이다. 그럴 혜안이 없다면 스스로 정리하는 것 또한 두 번째 덕목 되시겠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정도전 역시 난세의 영웅이었다.

또 주역에는 이런 말도 있다. ‘큰 난관이 생기면 친구가 찾아온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적과 동지가 나뉜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알량한 칼날을 무기로 ‘간을 보는’ 방원에게 ‘오직 백성’만 품은 정도전은 이렇게 갈(喝)한다.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베라.”

새겨둘 일이다.

당장 권력을 쥐고 있다고 군자는 아닌가 보다.



/최정용 경제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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