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에선 ‘치맥’ 열풍이 불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 전지현이 극중에서 “눈 오는 날에는 치킨에 맥주인데…”라고 언급한 이후다. 중국엔 원래 ‘치맥’을 먹는 음주 문화가 없다. 그러나 드라마 속 말 한마디에 국내에서 진출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마다 2~3시간씩 줄을 서서 치킨을 사가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연일 최고 매출 기록도 세웠다. 한류 덕분이긴 하지만 지금도 중국에서는 ‘치맥’ 열풍이 거세다.
치킨과 맥주는 원래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지만 사이좋은 커플처럼 항상 붙어 다닌다. 서민의 애환을 달래며 성장한 치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폭제로 본격 유행하기 시작, 지난해 대구에서 국제 치맥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우리 음주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부응하듯 치킨집 주인과 전문기업들은 온갖 지혜를 짜내며 새로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중엔 고전방식의 프라이드치킨부터 직화구이, 장작구이, 참숯구이와 같은 각종 바비큐식 치킨과 마늘, 파, 간장, 고추장 등 수백 가지의 소스를 이용한 치킨들이 시판되고 있다.
치킨집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현재 호프집 포함 치킨집이 9만여개다. 두 업종을 합치면 국내 전체 음식점 60여만개의 15%다. 10년 새 치킨을 취급하는 업소가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작년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이를 두고 한국은 ‘프라이드치킨 하우스 버블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킨집 생존율은 5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 치맥 열풍으로 수요는 늘었으나 그에 못지않게 끊임없이 새로운 치킨집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기간 동안 업소마다 치맥 특수가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으론 더 심해질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대폭 오를 전망이어서 그렇다. 치킨은 현재 마리당 1만5천~1만9천원 사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이 속속 2만원대로 인상에 나서고 있다. 지속적인 물가상승과 원가 상승이 원인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주인은 올린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하자니 미안하고, 소비자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하고. 이래저래 치맥 먹기가 부담스러운 세상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