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목표는 뭐니 뭐니 해도 승진이다. 수십대 일 수백대 일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공직에 입문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초급 말단 공무원의 얼마 안 되는 봉급에 실망하고, 밖에서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격무에 시달린다. 따라서 1년 안에 공직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접어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도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승진의 희망을 품으며 묵묵히 업무에 열중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대부분 지자체의 인사적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로 소위 ‘빅7’ 도시인 수원시가 그렇다.
수원시의 경우 가히 ‘전국 최고 수준의 만성적인 인사적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인원부족도 심하다. 지난 1월 말 기준 기초지자체인 수원의 인구는 118만여명에 공무원은 2천715명으로 공무원 1인당 주민수가 436명이다. 울산광역시의 경우 인구 117만여명에 공무원이 4천762명으로 1인당 주민수가 247명에 달한다. 수원시 공무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주민수가 울산시의 약 1.7배나 된다. 공무원들의 격무는 말할 것도 없고 수원시민들의 행정 서비스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차별을 겪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인사적체와 인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원시 공직사회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고위 공직자들의 명예퇴직(이하 명퇴) 여부다. 현재 수원시에는 20명이 넘는 1956년생 공직자들의 거취를 둘러싼 각종 추측들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명퇴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56년생인 A사무관이 전격 명퇴하고 60년생 B사무관 역시 명퇴에 나선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4곳의 구청장 등 6명의 56년생 서기관들이다. 용인·성남시의 56·57년생 서기관이 대거 용퇴한 것도 이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공직 특성상 후배들은 드러내놓고 윗사람을 압박하지 못한다. 하지만 듣지 않아도 알아차린다. 현재 수원시 56·57년생 사무관 이상이 은퇴할 경우 50명 이상 사무관 승진 요건이 발생된다고 한다. 이 경우 당연히 연쇄적인 대규모 인사로 인사적체 해소가 된다. 그러나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인사적체는 곧 다시 발생한다. 윗사람을 밀어내야 자신이 승진하는 풍토, 이런 비정한 공직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자신도 아랫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 따라서 방법은 광역시에 준하는 재정과 조직 특례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