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도 안 되는 소위 ‘조약’이라는 것을 보자.
▲ 한국황제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하고도 영구히 일본국황제폐하에게 양여함.
▲ 일본국황제폐하는 앞 조항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또 완전히 한국을 일본국에 병합함을 승낙함.
▲ 일본국황제폐하는 한국황제폐하, 태황제폐하, 황태자전하와 그들의 황후·황비 및 후손들로 하여금 각기 지위에 응하여 상당한 존칭, 위엄 그리고 명예를 누리게 하며 또 이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함.
▲ 일본국황제폐하는 앞 조항 이외의 한국 황족과 후손에 대해 상당한 명예와 대우를 누리게 하며 또 이를 유지하기에 필요한 자금을 공여할 것을 약속함.
▲ 일본국황제폐하는 공훈이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별히 표창을 행함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영예 작위를 수여하고 또 은금(恩金)을 수여할 것.
▲ 일본국정부는 앞에 기록된 병합의 결과로서 완전히 한국의 시정을 맡아 동지(同地)에 시행하는 법규를 준수하는 한국인의 신체와 재산에 대해 충분한 보호를 하며 또 그 복리의 증진을 도모할 것.
▲ 일본국정부는 성의와 충실로 신제도를 존중하는 한국인으로 상당한 자격이 있는 자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한국에 있는 제국관리로 등용할 것.
본 조약은 일본국황제폐하와 한국황제폐하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공포일로부터 시행함.
위 증거로 두 전권위원은 본 조약에 기명으로 조인한다. 융희 4년 8월22일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인 명치 43년 8월22일 통감자작 테라우치 마사타게 인.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탈한 근거인 ‘한·일 합병조약’이다. 이미 학계에서 최소한의 외교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그 사이 백성들이 치른 혈고(血苦)는 누가 배상할 것인가.
이처럼 국가나 조직이나 망조(亡兆)는 위에서부터 온다. 그래서 장(長)이 중요하다. 국가나 조직의 존망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만 아니면 돼’로 무장된 장은 그래서 위험하다.
역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한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다를까. 대한제국이 겪은 수모와 치욕이 반복될까 두려운 요즘이다.
/최정용 경제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