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50년간 지속된 고도성장이 끝나고 저성장으로 접어들면서 지역격차의 지배적인 양상도 함께 변하고 있다. 저성장은 단순한 성장률 저하가 아니라 그간의 성장패턴 혹은 성장방식이 질적으로 변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 주도의 고에너지 투입에 의한 팽창적 성장방식이 성장자원 고갈과 함께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르는 양극적이면서 축소지향적인 성장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도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전환이라는 과정을 내포함에 따라 과도기의 저성장은 두 부문으로 나눠지고 있다. 글로벌 스케일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시장경제부문과 반면 로컬 스케일의 성장, 즉 생활수요를 공동체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경제부문으로 이원화가 그러하다.
글로벌 성장부문은 글로벌 메가트랜드와 결부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공간과정으로서 수도권의 초광역화 혹은 메가로폴리스화(수도권과 중부권의 연담화) 등의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반면, 로컬 성장부문은 한정된 투자 및 성장자원을 두고 경쟁을 하는 가운데 미시적 스케일의 다양한 지역적, 장소적 격차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심지와 변두리, 거점도시와 주변도시, 원도심과 신도심, 도시-농촌 등의 격차 확대가 이의 예들이다.
저성장은 이렇듯 광역적 스케일의 격차와 미시적 스케일의 격차로 나누어지는 다양한 지역격차 양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지역격차의 중심내용은 생산과 산업과 관련된 것에서 생활과 문화복지에 관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격차인식의 중심층위도 장소적 삶의 관계가 분명한 역내 격차로 모아지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국민들이 ‘도·농 격차’,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영·호남 격차’ 등의 순위로 격차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격차양상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격차성격이 생산·산업과 관련된 것에서 생활과 문화복지에 관한 것으로 옮겨가고, 격차인식의 중심층위도 장소적 삶과 관련된 역내 격차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는 이러한 변화가 기존 균형발전정책의 논거와 전략에 심대한 수정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균형발전은 지역정책의 최상위 목표규범이었지만, 국가 경쟁력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산업경제 중심의 지역 간 배분, 그것도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적 배분방식으로 일관되어 왔다. 지역으로부터 요구되는, 생활과 삶의 문제로서 불균형과 격차를 해소하는 것과는 너무나 멀었다. 경제와 시장의 문제로만 다루었을 뿐, 사회와 사람의 문제는 그간의 균형발전정책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정책은 ‘사람과 사회’를 배제한 균형발전정책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격차가 다원화되고 더 커지며, 비경제부문 중심의 격차해소 요구가 점증하는 최근 경향은 기존 균형발전정책 한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메가트랜드를 추종하는 광역경제권 조성은 기업과 시장이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공공정책으로서 균형발전정책의 남은 과제는 ‘사람과 사회(삶)’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질적 발전도모와 역량증진,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한 지역 간 상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사람중심의 통합적 균형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산업경제와 생활경제, 경제와 사회, 시장과 삶, 인간과 자연, 중앙과 지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상호 교접하면서 통합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지역 간, 지역 내 격차가 해소되는 지역발전을 의미한다. 헤쳐서 본다면 ‘사회통합과 지역통합을 동시화’ 하는 방식의 균형발전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간, 지역 내 주체 간, 부문 간, 장소 간 상생협력은 바로 통합적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지역 간 교류나 교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통한 지역 상호 간 성숙과 발전을 공유해가는 과정을 상생협력이라 한다면, 통합적 균형발전은 상생협력의 결과 상태라 할 수 있다. 저성장시대 지역 간 균형발전은 ‘사람중심의 통합적 균형발전’으로 전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