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 가면 양파중 가장 달콤하다는 ‘마우이’ 양파가 있다. 흰색에서 황금빛 노란색을 띠는 이 양파는 오직 마우이 섬의 휴화산인 할레아칼라의 비옥한 붉은 토양에서만 자란다.
납작하게 눌러놓은 듯한 둥그런 모양으로 양파 중에서는 가장 작고 다른 양파들처럼 ‘매운맛’이 전혀 없다. 마우이양파는 해풍에 말려 팔기도 하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관광객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미국에 마우이 양파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무안 양파’가 있다.
무안 양파는 적 황토에서 재배돼 단단하고 아삭하며 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황토에 섞여 있는 칼슘, 철,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이같은 맛을 결정 한다며 무안 양파가 명품반열(?)에 오른 것은 황토덕이라 말하기도 한다. 생산량은 전국의 20%정도로 양파가 거의 수입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먹는 양파 다섯개 중 하나는 무안 것이다.
양파가 우리 땅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것 처럼 무안의 양파 재배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쌓는 노예들에게 마늘과 함께 먹였을 만큼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지만 우리 땅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06년이며 대량 재배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운동선수들에게 많은 양의 양파를 섭취토록 했다. 혈액의 균형을 바로잡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은 근육을 강화하기위해 양파를 으깨 발랐다.
중세시대엔 두통을 더는 데 좋다며 의사들이 양파를 처방하기도 했으며 뱀에 물린 데, 탈모가 심한 데에도 양파를 권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집세를 양파로 대신 내거나, 선물로서 양파를 주고 받는등 식품이상의 역할도 했다.
양파의 유효 성분은 150가지 정도여서 매일 먹으면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 눈물을 쏟게하며 특이한 양파냄새의 원인이기도 한 대표 성분 ‘황화알리’는 암 예방의 효능이 뛰어나다. 또한 불안해소, 신진대사 촉진, 피로회복, 콜레스테롤 억제에 도움을 준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등도 예방할 수 있다. 양파의 이런 성분은 워낙 유명해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식재료로 맛과 약효가 뛰어나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양파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풍년의 역설로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시름을 달래줄 묘책마련이 시급하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