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이지만 병원들마저도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 관계법을 어기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경기도는 지난 6월26부터 7월12일까지 12일간 일선 시군보건소와 합동으로 도내 30병상 이상급 270개 병원 중 133개 병원을 불시점검했다. 그 결과 무려 84%인 112개 병원에서 감염병 미신고, 폐기물 관리법 위반, 기타법령 미준수 등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돼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 중 감염병은 확산을 막기 위해 확정 진단 즉시 관할 시군보건소에 신고해 역학조사와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54.1%나 감염병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병원은 수두, A형간염, 결핵 등 감염병 확진자나 의사환자, 보균자 등 2천974건을 신고하지 않았다.
특히 용인에 있는 한 병원은 363건이나 됐으며, 성남의 모 병원도 303건으로 뒤를 이었다. 의료폐기물 관리 위반도 많았다. 의료폐기물은 처리나 관리가 부실하면 또 다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신경써야 함에도 21%나 되는 병원들이 소홀히 했다.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오염 세탁물 분리 보관’을 미이행하는가 하면, 사용한 주사용기를 일반폐기물과 섞어서 폐기함으로써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했다. 태반 적출물 등 액상폐기물을 냉장보관해야 함에도 상온에서 보관하고, 손상성폐기물(주사바늘) 전용용기를 반복 사용하는 비양심적인 병원도 있었다. 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인 채용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하는데도 많은 병원에서 이를 이행치 않았다. 경력조회 없이 채용된 의료인은 무려 772명(의사 214, 간호사 558)이나 됐다.
유효 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을 진열 보관하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 과태료를 부과받은 병원도 25.6%나 됐다.
누구보다 안전에 각별히 신경써야할 병원들이 이처럼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감염병 예방과 차단·치료 임무가 있는 병원이 국민 건강을 위한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에 도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개발하여 보급한 감염병 웹보고 시스템 활용을 강화하도록 하고, 이번에 점검하지 않은 나머지 병원을 조속히 점검토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계당국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