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씨가 고인이 돼 돌아왔다. 변사자로 발견된 지 40일 만인 지난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유씨가 확실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검찰과 경찰은 유씨를 검거하기 위해 초비상이 걸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무수한 공권력을 투입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실감하도록 그의 별장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는 노력을 해봤지만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사망원인은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병언씨를 빨리 검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수 차례 당부할 때도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지난 21일 검찰은 두 달짜리 유병언 구속영장의 만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6개월 간 효력을 가진 새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유병언의 꼬리는 계속 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사망한 사람을 놓고 헛 수고를 하는 우를 범했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 안타깝다. 갖은고생을 하면서도 몸통을 코 앞에서 놓친 검찰의 수사실패로 인천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전남지방경찰청장도 이미 옷을 벗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번 수사의 책임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병언씨가 은신하던 별장에서 10억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된 것을 검찰이 숨겼다는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이 사실만 알렸어도 별장 인근을 집중 수색했을 것이라고 검찰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유씨가 죽었는데도 구원파 신도들이 왜 그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다녔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할 뿐이었다. 서로가 책임을 미루는 모습만 보인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보다는 유씨 부자의 검거에만 열을 올리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헛발질이었다는 것이 유씨의 죽음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으로 유씨의 시신을 단순 노숙자 신분으로 추정한 것이나, 검경의 공조가 이뤄지지 못 한 점은 두고두고 따져볼 일이다. 수사기관의 부실수사와 검경 양 측의 불통은 시급히 고쳐야 한다. 잘못하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얘기가 또 불거질 수도 있다. 이번 유병언씨 수사를 거울삼아 국가개조만큼이나 검경개조도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