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9천원에 북경여행, 39만9천원에 동남아 여행... 신문광고와 텔레비전 홈쇼핑 여행 광고를 보면 ‘저게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정말로 그런 여행이 있다. 제주도나 울릉도 여행 경비보다 싼 가격에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 호텔에서 자고 관광지 입장료며 식사까지 제공한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여행상품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런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불평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많은 여행사들이 유명 관광지는 대충 지나치고 여행자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관광상품점이나 프로그램 등 돈벌이가 되는 필수 옵션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패키지 단체 여행은 편리하고 싸다는 장점이 있다. 비행기 탑승과 현지 호텔 예약을 알아서 해주고 현지에서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지 않고 대절버스로 편히 다닐 수 있다. 식사와 관광지 입장까지 가이드가 알아서 해주므로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현지 사고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저가의 패키지여행은 현지 필수옵션관광을 할 수밖에 없다.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 상품의 구조는 이렇다. 국내 여행사가 갑의 위치라면 현지 행사를 담당하는 이른바 랜드사는 을의 위치다. 이중 현지 가이드는 랜드사에서도 을이다. 한국여행사와 현지 랜드사가 일정액을 수익으로 남기고 나면 가이드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따라서 가이드는 수익을 남기기 위해 라텍스, 보석, 게르마늄 목걸이, 건강보조식품 따위를 파는 상점으로 안내하고 안마업소, 쇼 관람 등 추가로 돈을 더 내는 옵션을 권장할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여행사만 탓할 것이 아니다. 무조건 싼 여행상품만 찾는 소비자들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상품의 필수 옵션관광이 폐지됐다고 한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가이드 경비 명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 필수옵션관광은 폐지되고 그 비용은 여행상품 가격에 포함된다. 또 현지 필수 경비 중 가이드·운전기사 경비를 별도로 명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조치다. 여행 상품 가격은 오르겠지만 관광의 질은 더 좋아진다. 물론 반대일 수도 있다. 다른 업체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질 숙박업소에 저가 음식 등 질 낮은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적절한 지도감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