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전철의 풍경은 침묵 가운데 질서정연하다. 승객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과 소통중이다. 전철의 움직이는 기계음 속으로 승객들은 빨려들어가 목적지까지 도달한다.
전철 안은 간혹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께서 판매용 카트를 끌고 와선 물건들을 판매하곤 한다. 며칠 전 일이다. 남자 노인 분께서 허리보호대를 판매하려고 2호 칸에서 홍보하고 있었다. 제품은 허리보호대. 노인들 허리 건강에 좋은 허리보호대를 판매하고 있었으나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자 웬 할머니께서 사겠다고 신호를 보낸다. 5천원이라고 하니 그 할머니는 ‘좋은 제품인데 아주 싸네~’라며 ‘싸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 엑센트를 힘주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승객들의 눈이 그곳으로 고정되었다. 나도 그쪽을 응시했다. 그러한 반응들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파는 사람이고 할머니는 사는 사람이었다. 2호 칸에서 할아버지는 5천 원짜리 허리보호대를 하나 팔았다. 그리고 3호 칸으로 넘어갔다. 옆으로 보니 그곳에서도 일장 연설 홍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좀 전에 물건을 산 할머니의 행동을 아무런 의심도 의미도 갖지 않고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 할머니는 혼자 소리가 들리도록 의도성이 있게 중얼거린다. ‘5천원이면 참 싸다.’ 하면서 자신의 가방에 그 허리 보호대를 포장도 뜯어보지도 않고 넣어둔다. 내가 의아하게 여긴 것은 ‘참 싸다!’가 너무나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혹시 이분들이 사전에 미리 짜고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의심하는 생각의 꼬리를 붙잡고 그 분들을 넌지시 응시하고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혹시 저 할머니가 바람잡이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다. 자리에 앉지 못하여 일어선 채로 허리보호대를 사서 받아 넣었던 그 할머니가 시간차를 두고 3호 칸으로 서서히 발길을 옮겼다. 나는 그 할머니가 움직이는 동선을 주시했다. 물론 3호 칸에서도 할아버지는 앞뒤로 다니면서 판매를 종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넘어간 할머니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혹시 저기서도 여기에서처럼 그러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곳에서도 할머니는 주변을 의식도 아니 한 채 5천 원짜리를 건네며 허리보호대를 받아들었다. 잘 들리지는 안지만 뭐라 말하는 것으로 보아 ‘~참 싸다!’ 하였음이 분명하다. 받아든 보호대를 뜯어보지도 않은 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우두커니 서있다. 왔다 갔다 하던 할아버지가 다음 4호 칸으로 넘어갔는지 잠시 머뭇거리던 할머니가 우두커니 있다가는 4호 칸으로 몸을 움직였다. 나의 순간적인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판매상술의 하나인 바람잡이 상술이었다. 그 상황을 목격하니 비애감을 떨칠 수가 없다. 전철 안에서 똑 같은 제품으로 판매를 하다보면 어쩌다 한 번이겠지 매번이겠는가? 그러자 바람잡이 상술기법을 활용하였음에 틀림없다. 노인들의 생존이 걸린 판매행위라면 동정구매라도 해줘야 할 판이다. 기만도 넓은 의미로는 사기행위가 아니겠는가? 그것은 죄악이다. 왜냐하면 거짓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혼에 이른 분들에게 죄를 짓게 하면 어렵지 않겠는가? 반성과 회개할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철 상(商)행위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경우라면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그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