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은 물건을 유통시키면서 발생하는 마진을 먹고 산다. 질 좋은 물건을 많이 확보해 남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해 유명세를 타거나, 다른데서는 구하기 힘든 나만의 상품을 판매해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을 때 성공한 상인이란 소리를 듣는다. ‘상인’이란 말엔 억척스럽거나 구두쇠란 이미지도 없는 것은 아니나 분명한 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강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은 공통적인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상인들이다. 수원시 권선구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새벽 3시쯤이면 경매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어 도·소매상 트럭이나 음식점 자영업자들의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연이어 물건을 사서 싣고 간다. 이렇게 분주한 새벽이 지나면 아침부터 일반인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야말로 시끄러운 장터가 펼쳐진다. 밤늦게 문을 닫아도 밤새 전국각지에서 농수산물을 가득 싣고 모여든 대형트럭들로 시장은 잠들지 못한다. 이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수원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상인들이 벌써 9년 째 남들이 알지 못하는 조용한 선행을 펼쳐오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5개 대표 법인을 비롯한 중도매인들은 지난 2005년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관리사무실 앞 광장에서 ‘행복나눔 수요한마당’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은 거래 후 남는 채소, 과일, 수산물 등을 기증한다. 남는 상품이라고 해서 품질이 그리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약간 가격을 낮추면 당장에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이 물건들은 매주 수원시내 사회복지시설에 골고루 전달된다. 관내 형편이 어려운 복지시설들은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전화를 기다린다. 얼마 전에는 ‘짜장스님’이라고 불리는 운천스님에게도 전달됐다. 불우시설과 노인정 등에 무료로 짜장면을 만들어 주는 스님이 수천명 재소자가 있는 교도소 봉사를 앞두고 재료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수원역 앞에서 노숙자 배식을 하는 나눔의 집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으며, 지체장애아를 돌보는 복지시설 아멘 나눔의 집도 어려운 살림에 기증받는 농수산물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하고 있다. 지난 한해에만 316개 업소가 참여해 50회 걸쳐 채소류와 수산물 등 40t 분량을 전달했다. 가격으로 환산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앞으로도 사랑을 파는 ‘행복 나눔 수요한마당’은 계속된다니 상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