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들을 앞에 놓고 분노에 찬 호통을 쳤다. TV에서는 손으로 책상을 내려치는 등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을 보여줬다. ‘28사단 윤일병 사건’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긴급 당 최고위원회 간담회에서 한 국방부 장관을 향해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군에 갔다가 천인공노할 이런 일을 당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김 대표는 분명한 살인 사건인데도 은폐하고 덮으려한다고 비판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언론에 보도된 윤 일병의 시신 사진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온몸이 검고 푸른 멍으로 덮여 있다. 한두 대 때린 것이 아니라 수백대 무차별 폭행이 가해졌음을 한눈에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때려죽인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그것도 전시엔 서로의 생명을 보호해줘야 할 전우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군 인권센터가 확보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은 부대로 전입된 3월 초부터 사고가 발생한 4월6일까지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선임 병들에게 폭행을 당해왔다고 한다. ‘가혹행위’란 표현도 모자랐다.
자신들의 폭행으로 다리를 절게 된 윤 일병에게 절뚝거린다며 때렸으며 기력이 없어진 윤 일병에 링거 수액을 주사한 뒤 다음 원기가 돌아오면 다시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벅지 멍을 지운다며 윤 일병의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적군 포로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일삼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검찰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되는 살인혐의 적용 청원운동에도 이틀 만인 3일까지 9천여명이 서명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들은 자식을 군에 보내거나 입대를 앞둔 자식을 둔 부모들이다. 이런 군대에 어떻게 자식을 맡길 수 있겠는가. 국방장관은 “병영이 장병 개개인의 인격이 보장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인권의 모범지대가 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군 사고 발생 때마다 늘 듣던 말이다. 군은 그동안 큰 사고 이후 ‘병영문화 개선’을 외쳤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 집단따돌림과 폭력, 자살, 수류탄·총기 사고는 근절되지 않는다. 이제 병영문화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