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용주의적 지도자 등소평의 어록 중에 가장 유명한 말은 ‘不管黑猫白猫,捉到老鼠就是好猫’라는 이른 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말인데 특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항상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여당이든지 야당이든지 가장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어야 하는데 이 나라 정치판은 그렇지 않다. 꼼수와 거짓이 판을 친다. 그래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선거운동 시절, 연합정치(聯政)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다.
그런데 남 지사는 그 약속을 지키려하고 있다. 경기연정 정책협의회가 구성됐고 지난 5일 20개 사항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한 것이다.(본보 6일자 1면) 합의문 발표 자리에는 남경필 지사와 도의회 여야 대표와 수석 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도가 대법원에 제소한 ‘생활임금 조례’ 등 4개 조례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들 조례는 도의회가 재의결했음에도 김문수 전 지사가 재임 마지막 날인 6월30일 대법원에 제소, 여야 갈등의 원인이 됐었다. 무상급식예산운영 규칙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야, 도 집행부, 도의회가 참여하는 ‘경기도 재정 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경기연정 예산 가계부’도 만든다는 것이다. 도지사 마음대로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바람직한 시도다. 전국 최초로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위한 인사혁신을 실현 기구 구성도 합의했다. 남지사의 핵심공약인 ‘따복마을’과 빅데이터 무료 컨설팅 서비스 빅파이 프로젝트 등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곧 사회통합부지사를 남 지사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획기적인 일이다. 이 나라의 국회, 소위 ‘중앙정치’도 하지 못하는 일이 경기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물론 문제점은 있다. 고위공무원과 공기업 기관장 인사청문회는 공기업법 등 법 개정이 선결돼야 한다. 전국적 연대를 통해 지방장관 혹은 정무부지사를 확대하고 지방의원이 겸직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사항도 쉽지 않다. 연정의 핵심인 인사권 배분 문제도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지사의 통 큰 결단과 이를 이행하려는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대한민국 정치, 경기도에서 배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