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군엔 한곳이상 다 있는 것이 유독 인천시 옹진군을 비롯 경북 영양군, 울릉군, 청송군 등 4개 군에는 전혀 없다. 등록된 서점(書店)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한 곳뿐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시 군도 의왕 문경시등 36개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하자 전북 장수군등 일부 지자체들은 이동서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바우처사업인 셈이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근대서점이 문을 연 것은 1897년이다. 서울 남대문에서 고유상(高裕相)이라는 사람이 창립한 회동서관(匯東書館)이 그것이다. 주인 이름을 따 일명 ‘고유상 서포’라고도 불렸다. 이곳은 단순히 책만을 취급한 것이 아니고 학용품 등 일체를 판매하는 한편, 출판도 겸했다.
특히 출판에 있어선 최초로 인세를 지불했는가 하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광수의 ‘무정’ 등 총 201종의 출판물을 간행해 민족계 서점으로 우뚝섰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들여온 책들까지 판매하였다. 대표적인게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전기인 ‘화성돈전(華盛頓傳)’이다. 이해조(李海朝)가 번역한 이책은 무려 3천부나 팔렸다고 한다.
회동서관은 3·1운동 이후 일본서적이 쏟아져 들어오고 유학파가 출판업에 진출하면서 여느 민족계 서점과 출판사처럼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제의 탄압이 심해 사세가 꺾였고, 해방후 1950년대 문을 닫았다.
그후 서점은 60년대부터 꾸준히 늘었다. 학교주변엔 으레 서점이 있었고 1997년에 5천170개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10년만인 2007년에 2천42개로 반토막도 더 잘려나갔다. 그나마 5년후인 2012년엔 1천700여개로 줄었다.
서점의 불모지로 변하는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선상 서점을 갖춘 ‘로고스 호프(LOGOS HOPE)’가 인천항을 통해 입항, 공개중이다. 독일에 본부를 둔 GBA(Good Books for All·좋은 책을 모든 이에게)가 운영하는 이 배에는 5천여 종류의 책 5만여권을 비치, 판매하고 있다. 물론 영리를 위한 것은 아니다. 선교를 목적으로 ‘지식, 희망, 도움’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실천 하는게 최우선이다. 상업적으로만 평가된 서점의 인식이 로고스 호프를 통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