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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핸드폰, 하루쯤 없이 다녀볼래요?

 

마을 출구까지 나왔을 때서야 핸드폰을 빠트리고 집을 나섰다는 것을 알았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차를 되돌려 집으로 들어가니 남편이 자동차 소리를 듣고 핸드폰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예요?”

“미안해요. 급하게 집을 나오다가 그랬지요.”

“그깐 핸드폰 하루쯤 안 들고 다니면 안 되나요? 다시 들어오시게? 중독이야, 중독”

요즘 자주 발생하는 내 근간의 이야기다. 어쩌다가 핸드폰이 신체의 일부가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핸드폰 자체가 없어서가 아니다. 통화는 물론이려니와 문자, 카톡, 밴드, 카스토리, 메일, 정보 등등…. 핸드폰 기능이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언제인지 모른다. 때때로 남편은 재미가 없다고 투정을 부린다. 함께 무릎을 맞대고 오순도순 지난 이야기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와 자식 이야기를 하며 정다워야 할 시간에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정보를 보거나 메일을 쓴다던지, 카페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이 많으니 남편은 짜증이 날 만도 하다. 하지만 남편도 TV에 나오는 드라마나 뉴스에 빠져서 옆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모든 미디어 앞에서 꼼짝없이 빠져드는 일은 현대를 사는 남녀노소 누구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한 딸은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짜리 딸이 TV나 핸드폰,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내놓고 불려도 옆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미디어를 통해서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해가고 있다. 얼마 전, 아들이 하는 핸드폰 게임을 보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게임을 해본 후, 시간만 나면 그것을 두드리게 되었다. 잠시 스트레스 푸는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틈이 나거나, 심지어는 밤잠을 설치면서 게임을 하게 되어 식구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게임이라면 근처도 안 가던 내가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다. 결국은 그걸 안하는 게 상책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내가 이러할 진대 청소년들에게 미디어가 주는 중독의 여파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역 복지회관에서 하는 미디어중독예방 프로그램을 취재하게 되었다.

“자, 부모님들은 어린이 얼굴에 색종이를 붙여주세요. 그리고 1분 동안 흔들기, 색종이가 제일 많이 남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한데 어울려 손잡고 웃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왜 미디어에 빠지면 안 되는지 알려주고, 놀이를 통하여 즐거움을 알게 하고 친구와 사이좋게 놀면서 미디어와 멀어지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미디어중독예방 프로그램을 보면서 핸드폰을 가지러 되돌아갔던 일이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저해요인이 되었음을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대를 사는 여인으로써 나는 다시 핸드폰을 가방에 먼저 챙겨 넣게 되는 걸 어찌하랴.



▲㈔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저서: 시집 〈연밭에 이는 바람〉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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