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sinkhole)은 글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그리고 인간 때문에 생긴 함몰구멍을 비롯,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를 말할 때도 쓴다.
멕시코에 있는 ‘제비동굴’은 세계 최대의 수직 싱크홀이다. 지름 50m에 깊이가 376m에 달한다. 베네수엘라의 해발 2천m가 넘는 산정상에 ‘사리사리나마’라고 불리는 거대 싱크홀이 있다. 지름과 깊이가 350m에 이르다.
이처럼 싱크홀은 산과 들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으며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이름만 블루홀(Blue Hole)이라 부를 뿐이다. 대표적인게 바하마 부근의 바닷속에는 ‘딘스’ 블루홀이다. 지름 100m, 깊이 202m의 이곳엔 세계 곳곳에서 스킨스쿠버들이 몰린다고 한다.
자연 상태의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발견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녹으면 서서히 땅이 꺼지기 때문이다. 또한 흐르는 지하수가 지하의 소금층이나 석고층을 녹여도 지하에 빈 공간이 생겨 싱크홀이 생긴다.
최근에 이런 싱크홀이 세계 도심 곳곳에서 발생,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과테말라시 도심 한가운데선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꺼지면서 거대한 구멍 속으로 건물과 사람들이 빨려들어갔다. 꺼진 땅의 깊이만 20층 건물규모로 그 곳에 있었던 3층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3년 전인 2007년에도 이곳에서 불과 2㎞떨어진 곳에 깊이가 100m나 되는 구멍이 생기면서 20여 채의 집이 빨려 들어가고 3명이 사망하는 재앙을 겪었던 곳이다.
지난 2013년엔 중국 광둥성에서 퇴근하던 사람들이 지름 10m, 깊이 4m의 구멍에 빠져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옆 도로가 폭삭 내려앉았고 일본 도쿄 한복판에도 10m 크기 깔대기 모양 싱크홀이 출연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하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쓰면 땅 속에 공간이 생기고 결국 지반이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2년 2월 인천 지하철 공사 구간에서 폭 12m, 깊이 27m의 싱크홀이 생겨 1명이 매몰되는등 지금까지 대형 굴착공사 현장주변에 크고 작은 싱크홀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러자 국토부가 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무분별한 지하수개발에 대한 반성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