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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칼럼]군대의 ‘인성 부재’ 무엇이 문제인가?

 

의무병으로 입대한 청년이 선임병들로부터 잔혹한 폭행을 당해 결국 죽음에 내몰렸다. 김해에서는 한 여고생이 온갖 폭행에 시달리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그 폭행의 방식이 하도 잔인하고 악마적이어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28사단 윤 일병 사건과 김해 윤양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인성 부재’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공범이 되어 그런 패악을 저지르고, 그것을 은폐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인성교육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허망하면서도 이 ‘인성 부재’의 시대를 치유하고자 우리 사회가 긴장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군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청년들이 아니다. 모두 우리 가정과 학교에서 양육하여 보낸 우리의 자녀들이다. 가정에서 인성을 배우지 못했고, 학교에서 또 인성교육을 멀리했으므로 ‘인성 부재’의 청년이 된 것이다. 그들이 군인이 되고, 또 제대한 뒤 직장인이 된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온통 인성 부재의 세상, 곧 악마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세상이 된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그 전 단계에 접어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한 자리에서 그 폭행을 지켜본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말리거나 고발하지 않았다. 윤 일병에게 가혹행위가 일어날 때 거기에는 44명이나 되는 목격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죽어가는 윤 일병의 고통을 침묵하며 지켜봤다. 김해 여고생이 고통을 호소할 때도 그 옆에 여중생들이 있었다. 윤양이 고통스러워하며 물을 달라고 하자 그들은 오히려 뜨거운 물을 들이부었다. 사람으로서 어찌 타인의 고통에 이토록 공감할 수 없단 말인가.

나는 이 사건들을 접하면서 1988년에 올리너 부부(Samuel P. Oliner and Pearl M. Oliner)가 발표한 한 연구결과를 떠올렸다. ‘이타적 인성’이라고 명명한 올리너 부부의 연구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이 벌어질 당시 어떤 사람은 유대인들의 고통에 공감하여 그들을 구출하고자 한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침묵한 채 자신의 삶을 영위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406명의 구조자와 126명의 침묵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고, 그 결과 구조자의 52%가 규범 중심적 동기(norm centered motive), 곧 가정 학교 또는 사회에서 배운 도덕적 규범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서 구조자로 나선 이들의 경우 부모 또는 교사들로부터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해라”,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하는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도 공감하지 못한 침묵자들은 부모와 교사들로부터 경제 가치, 성취 위주의 가치, 손해 보지 않는 삶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결국 이 연구는 옳은 행동을 선택하는 이타적 행동의 동기가 가정에서 부모들로부터, 또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그 외 사회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올바른 규범을 준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군부대의 ‘인성 부재’ 또는 우리 사회의 ‘인성 부재’는 결국 가정과 학교의 ‘인성 부재’로 말미암아 나타난 불행이다. 따라서 윤 일병 사건과 윤 양 사건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가정, 우리 학교의 이야기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이 땅의 인성이 된다. 국가 지도자가 보이는 옳은 행동, 교사와 사회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옳은 영향력 하나가 곧 우리 자녀 나아가 다음 세대의 인성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앞에서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폭발하는 인성 부재의 충격 앞에 용기 있게 맞서고자 한다.

패륜범죄율 세계 1위, OECD 국가들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황혼이혼율 1위라는 이 ‘성품 OFF의 시대’가 막을 내리지 않고는 이제 희망을 볼 수 없다.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의 세상 곧 ‘성품 ON의 시대’를 밝히고자 인성교육의 스위치를 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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