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차관급인 현직 검사장이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실을 결국 인정했다.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개인적인 명예는 물론 검찰조직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법률대리인 문성윤변호사를 통해 사건 발생 10일 만에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문성윤 변호사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김 전 지검장의 심경을 전했다.
김 전 지검장은 당초 혐의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다. 개인과 가족의 망신을 떠나 검찰조직에 심각한 누를 끼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보도가 됐을 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사실로 추정됐지만 국민들을 눈과 귀를 의심했다. 차관급인 현직 검사장이 여학교 인근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가 어려웠기에 그랬다. 앞으로의 사법절차도 성실히 따르겠다고 했지만 본인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현재 그는 몸과 마음이 극도로 쇠약해져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터이지만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너무 크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행위와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검찰 조직 전체가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반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현직 검사장이 음란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은 것도 사상 초유의 일임에도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태도는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던져주기에 그렇다. 대검찰청 감찰본부 관계자들이 제주 현지에 내려가 혐의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지만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김 지검장을 서둘러 의원면직 처리했다. 부끄러운 일에 아예 꼬리를 자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혐의가 덮어지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가족에 대한 수치심, 그리고 검찰조직에 누를 끼칠 것이 두려워 음란행위를 부인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부터 혐의를 차라리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옳았다는 판단이다. 경찰 연행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혐의 사실을 부인해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는 면했을 것이 아닌가.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지휘했던 김 전 검사장으로서의 처신은 아니었다고 본다.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오리발을 내지 말라고 호통치는 검찰이 아닌가. 망신을 당할 대로 당한 검찰은 이제 다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