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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선물과 뇌물

선물은 주기보다 나눔 의미가 컸다. 또 있는 사람이 아래에 내리는 게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변질되고 진화를 거듭해 언제 부터인가 뇌물의 성격을 짙게하고 있다. ‘베품’의 선물풍조가 ‘상납’의 선물풍조로 바뀐 꼴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윤리경영가이드북엔 뇌물과 선물에 대한 재미난 구분법이 있다. 판별 척도는 이렇다. 받고 나서 밤에 잠이 잘 오면 선물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물이란다. 또 언론에 보도가 됐을때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뇌물이고 자리를 옮기면 줄 것 같이 생각되도 뇌물로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처럼 양심에 비추어도 선물과 뇌물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사법기관에서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게 선물이라면 뭐든 대가를 노리면 뇌물이란 구별법이 흔히 쓰인다. 망각과 기억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법도 있다. 일단 주고 나서 잊어버리면 선물이고 뭔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면 뇌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건 그리 간단치 않다. 수천·수억원의 거액이 오갔다면 몰라도 세상에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고 받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행위를 뇌물과, 선물로 명확한 선을 긋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직권을 활용해 편의를 봐달라고 건넨 부정한 금품이나 향응인지,아니면 단순한 호감의 표시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받고도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고 버티는 정치인들이나 인허가와 납품을 빌미로 선물을 강요하는 일부 ‘갑’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天知地知子知我知)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중국 후한(後漢) 때의 재상 양진이 한밤에 뇌물을 갖고온 사람의 청을 뿌리치며 한 말이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받은 선물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뭐든 일단 받고 나면 돌려주기 힘들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내용물의 종류와 크기에 무뎌질 수도 있어서 받기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처음엔 작은 것에도 잠을 못 이루지만 점차 무신경해져 웬만큼 큰 것에도 방심하는 마음이 생겨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서다. 우리 주변 많은 사람들이 선물인 줄 알고 받았던 게 뇌물로 돌변, 끔찍한 재앙을 겪는 일을 수없이 봐와 더욱 그렇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배달하느라 택배회사들이 바쁘고 받는 손길들도 분주하다. 받은 선물 때문에 잠이 오는지 안오는지 덩달아 고민하지 않길 바란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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