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2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창룡문]조추단상(早秋斷想)

계절은 여름인데 마음은 가을을 향하니, 달력에 표시된 8월의 날짜가 두개뿐이 남질 않은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또 한 장의 달력이 뜯겨나가면 붉은 숫자가 연속으로 있는 추석이 얼굴을 내밀 것이고 그를 보는 서민들의 마음이 무거워 지는 그런 여름의 끝자락이다.

달력은 이렇듯 우리에게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마음속 퍼즐이다. 과거와 추억을 간직하고 간혹 잊어버린 우리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도 우리에게 알려줘 인간관계의 나침판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럴 때는 사전 등재(?)가 필수다. 어느날은 누구 생일, 몇월 몇일은 지인 자식 결혼, 특별한 기념일엔 아예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 밑에 사연을 적는다. 결혼기념일 집사람 생일, 장인 기일 등등 잃어버릴 경우 평소 구박의 빌미가 되는 날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렇듯 가는 세월과 오는 나날들을 가장 많이 대변 하는게 달력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창문 밖을 쳐다보는데 잠자리 몇 마리가 하늘을 난다. 그리고 문득 예전에 읽었던 시문집속 글이 기억난다. ‘맨드라미 오뚝하고 봉선화 기우뚱한데, 푸른 박 넝쿨엔 붉은 가지가 얽혀 있네. 한 무리 고추잠자리 왔다 가고 나니, 높은 하늘 마른 햇살에 가을이 생겨나네. 한 무리의 고추잠자리가 지나가니 이를 기다린 듯이 습기가 줄어들고 마른 햇살이 비친다. 뭉게구름 사라진 푸른 하늘이 더욱 곱다. 아, 이렇게 가을이 오나 보다’.

조선 정조 때의 문인 노긍(盧兢)은 조추(早秋)라는 시에서 초가을을 이렇게 노래 했다. 영근구름 성근 버들 둘다 모두 가을인데 / 방죽을 더디보니 물 기운 오싹하다 /물총새 고기채다 번번이 놓치고서/푸른 연밥 꼭대기에 돌아와 앉는구나.(澹雲疎柳共爲秋 /閒看池塘 水氣幽 /靑鳥掠魚頻不中 /還飛端坐碧蓮頭. 담운소류공위추 /한간지당 수기유 /청조략어빈불중 /환비단좌벽련두). 연못위로 솟은 푸른 연밥 꼭대기에 앉아있던 배고픈 물총새가 먹이를 잡지만 번번히 실패하자, 그 복잡한 속마음을 오는 가을에 빗대 풍경화처럼 쓴 시여서 이 계절이 되면 가끔 뇌되인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과 함께 가을이 찾아 오고 있다. 어떤이들의 마음엔 기다림이. 또 다른 이들의 가슴엔 답답함이 더하는 시기다. 물총새처럼 겉으로 드러내질 않지만 배고픔의 복잡한 속마음이 있는 이들에게는 고충의 시기이기도 하다.

/정준성 논설실장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