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협조해야만 걸을 수 있거나 뛸수 있는게 이인삼각(二人三脚)경기다.
두 사람이 한쪽 발을 서로 묶고 나란히 달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건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쪽 하나 어긋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쓰러져서다. 이와 비슷한 한자어가 낭패(狼狽)라는 단어다. 주로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 매우 딱하게 된 상태’를 표현할 때 쓴다.
그런데 왜 낭패가 이인삼각과 비슷할까. 충북대 조항범교수의 말을 빌어 설명하면 이렇다. ‘낭(狼)’과 ‘패(狽)’의 경우는 특정 동물을 지시한다. 옥편을 찾아보면 ‘낭(狼)’과 ‘패(狽)’ 모두를 ‘이리’라는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낭(狼)’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짧고,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짧은 가상의 동물이다. 그래서 ‘낭(狼)’과 ‘패(狽)’가 걸을 때에는 ‘패(狽)’가 늘 ‘낭(狼)’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낭(狼)’과 ‘패(狽)’가 합쳐져야만 걸을 수 있지, 둘이 떨어지면 그 즉시 꼬꾸라진다. 그래서 이인삼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낭(狼)’과 ‘패(狽)’는 외형뿐만 아니라 심성 면에서도 차이가 있고 한다. ‘낭(狼)’은 흉포하고 지모(智謀)가 부족한 반면, ‘패(狽)’는 그 반대로 다소 순하고 꾀가 뛰어나다.
그래서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낭(狼)’은 언제나 ‘패(狽)’의 도움을 받는다. 가령, 먹이를 사냥할 때에 ‘낭(狼)’은 ‘패(狽)’의 지시를 따라 먹잇감을 포획한다. 그런 까닭에 ‘낭(狼)’은 기꺼이 ‘패(狽)’를 등에 태우고 다닌다.
하지만 ‘낭(狼)’과 ‘패(狽)’는 서로 도와 공생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심각하게 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낭(狼)’과 ‘패(狽)’ 모두는 걸을 수도 없고 사냥을 할 수도 없게 된다. 먹이를 사냥할 수 없으니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뒷다리가 없는 ‘낭(狼)’과 앞다리가 없는 ‘패(狽)’가 틀어져 둘 다 곤경에 빠져 있는 상태가 ‘낭패(狼狽)’라는 것이다.
요즘 여야가 꼭 이 모양새다. 그런데도 임시국회 개원이후 100일넘게 허송세월을 보낸 여야가 9월 정기국회 에서도 각자 ‘마이웨이’라고 한다.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서 난국을 헤쳐나가도 모자랄판에 낭패라니,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더욱 무겁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