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발효된 탁주를 ‘막걸러내’ 만든 술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걸리가 언제부터 제조되기 시작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고려시대문신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탁주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 이전부터 빚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말인 1837년경 우리나라 77가지 술 제조법을 기록한 양주방(釀酒方)에는 혼돈주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한다. 18세기 선비들은 이 혼돈주(混沌酒)를 자중홍(自中紅)이라 부르며 즐겼다. 혼돈주는 당시 대표적인 문인 석치(石癡) 정철조(鄭喆祚·1730~1781)가 소주 한병이 생기면 막걸리를 받아 섞어 마셨다는 기록에서 유래된다. 석치는 청나라에서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사대부들이 가졌던 사고의 혼란을 섞은 술에 비유했는데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폭탄주인 셈이다. 일제시대 편찬된'조선주조사'에는 '대동강 일대에서 주로 빚어지기 시작해 나라의 성쇠를 막론하고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는 기록도 있다.
막걸리의 맛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달고(甘) 시고(酸) 맵고(辛) 쓰고(苦) 떫은(澁味) 맛이 조화돼 특유의 청량감과 감칠맛을 살려낸 것을 최고로 친다.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숙성기간과 온도다. 요즘엔 대량생산을 위해 섭씨 3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3~4일 정도 숙성시킨다.
막걸리는 오랜 기간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한 '한국의 술'이면서도 유독 부침이 많았다. 쌀이 원료라는 이유로 제조 금지를 당하기도 했고 1970년대 중반까지는 전체 술 소비량의 70%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소주 맥주 양주에 시장을 내주며 한동안 잊혀진 술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4-5년전 웰빙과 한류 바람을 타고 막걸리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 인삼 복분자 구기자 등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퓨전막걸리가 개발되는가 하면 복숭아 딸기 키위 등 생과일을 갈아넣은 막걸리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덩달아 일본 등 해외로 수출도 급증했지만 지금은 다시 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막걸리에 최근 암의 발생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항종양물질인 ‘스쿠알렌’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함량도 맥주와 포도주보다 50∼200배 높게 나왔다. 술이면서 건강에 좋다고 하니 다시한번 막걸리의 르네상스시대를 기대해 본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