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려하고 특징 있는 경관들을 여덟 가지 경치로 구분하여 산수시(山水詩)란 형태로 즐겨 표현했다. 그리고 이를 팔경시(八景詩)라 이름 붙였다. 주로 특정한 읍성를 중심에 두고 특징적인 장소나 의미있는 곳 등을 택하여 노래한 이 팔경시는 고려때 부터 조선조에 이르기 까지 약 4천여수가 전해지고 있다.
조선건국의 주역 정도전(鄭道傳)의 신도팔경(新都八景)도 그중의 하나다. 지금의 서울지역중 빼어난 풍광과 문물을 노래한 것으로 정도전은 이 신도팔경을 당시 좌의정인 조준과 우의정 김사형에게도 각각 한 폭씩을 주기도 했다.
팔경(八景)은 수려하고 특징 있는 경관을 명료하게 나타내는 전통적인 표현방식인 인 만큼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단양팔경과 같이 경승 여덟 곳으로써 그 일대의 광활한 경관 모두 정리해 보인 대표적인 팔경이 있는가 하면, 무수히 많은 정자에서 그 주변의 풍광을 여덟 수의 사언절귀 또는 차운시로 읊는 방식의 일명 정자팔경도 있다. 강원도 관동팔경이 대표적이다.
또 특정한 읍성를 두고 특징적인 장소나 대상 그리고 의미 있는 곳 등 여덟 곳을 택하여 노래한 팔경도 있다. 수원팔경은 화성 축성과 연계되어 지어진 대표적인 읍성팔경이다. 정조가 화성을 세우고 빼어난 경치 여덟 군데를 꼽아 찬양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첫째, 광교적설(光橋積雪) 둘째, 북지상련(北池賞蓮) 셋째, 화홍관창(華虹觀漲) 넷째, 용지대월(龍池待月) 다섯째, 남제장류(南提長柳) 여섯째, 팔달청람(八達晴嵐) 일곱째, 서호낙조(西湖落照) 여덟째, 화산두견(華山杜鵑)등 이다.
정자팔경이 사적인 의미가 있다면 수원팔경 같은 읍성팔경은 공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한양을 포함 전국에 23개소의 읍성을 중심으로 25개의 읍성팔경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동해안 일대의 강릉을 비롯 용추계곡-선유계곡-화양계곡을 사이에 두고 영남과 중원의 길목에 놓인 문경, 남한강변의 여주와 금사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한국의 팔경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 수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다음달 26일 까지인 이번 전시는 다양한 팔경 유물을 통해 선조들의 자연관을 재조명하고 ‘수원팔경’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는데 있다고 한다. 겸재, 김홍도 등 당대 최고의 화원도 만날수있다고 하니 한번쯤 들러봐도 괜찮을 듯 싶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