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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식물국회의 늪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의 국회를 그간 하도 많이 봐왔기에 또 그런가 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도 급박하다. 8월 말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률안이 무려 7천700여 건으로 말 그대로 처리해야 할 안건이 산적해 있는데도 국회는 문을 닫고 있다.

법안 중에는 하루가 다급한 민생, 경제 관련 법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그 처리를 읍소하다시피 애걸하고 있는데도 봄부터 세월호에 발목 잡힌 정국과 국회가 언제 제자리로 돌아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몰상식과 비정상을 넘어 자력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중환에 빠진 국회를 보면서 일각에서 대통령이 헌법에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소수의 주장이긴 하나 심정적으로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헌법 제76조는 ‘대통령은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의회입법주의 원칙에 반하는 비상시의 극히 예외적 조치이자 권한이어서 그 발동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규정을 사문화된 권한으로 치부하여 선택에서 제외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가까이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국회에 맡겨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금융실명제를 이 명령을 발동해서 실현시킨 바 있다.

우선 현재의 상황이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인가 따져봐야 한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내용상 ‘내우(內憂)’ 상황이자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라고 보여진다. 주저앉은 민심과 경기로 인해 국민의 신음이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지표 중 하나가 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이 1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자살률이다.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29.1명으로 OECD 평균 12.1명의 2.4배고, 가장 적은 터키의 17배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 국민의 삶의 의욕이 낮거나 자살을 특별히 선호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악착같이 살려는 욕구가 강한 데 비해 그에 따르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 즉 실업이나 저소득 등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추정되고, 특히 심각한 노인자살률(2011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81.9명으로 미국의 5.6배, 일본의 4.7배)의 중심에는 우리 사회가 거두지 못하는 심각한 노인빈곤이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보이는 소요나 민란 등만 내우가 아니라 살기가 힘들어 매일 평균 국민 11명이 자살로 죽어나가는 이 현실이 내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회의 상황 또한 내우 급의 위기 수준이다. 그 무슨 얼토당토않은 ‘국회선진화법’인가를 만들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입법기관이 우리 사회 위기의 중심에 서있다.

이해관계에 따른 다툼이 많아지는 현대사회를 규율하고 조정하는 방법이 민주주의 최후의 수단이자 세계 보편의 원칙인 다수결인데 국회가 이를 폐기하여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어떤 의안도 상정할 수 없는, 그리하여 국회의 기본 책무인 입법 활동이 사실상 정지된 현실이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로 헌법이 규정한 위기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임기 5년의 대통령제에서 벌써 3분의 1이 지나갔다. 레임덕에 갇혀 사실상 관리기능만 하게 될 후반기를 생각하면 실제로 일할 시간은 1년 반, 길게 잡아도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인기나 논란을 의식해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필요하면 긴급명령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라도 결단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후적으로 국민투표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방안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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