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전투를 하지 않고 특정한 집단의 의식에 작용하여 전투 의사를 감퇴 또는 박탈 시키는 것을 심리전이라 한다. 다시말해 무기 없이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전쟁기술이다.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지만 대표적인게 ‘매개물심리전’이다. 이는 라디오·신문·삐라 기타의 전달 수단을 이용, 적군으로 하여금 국력, 발전상 및 자유상을 동경토록 유도 한다. 또 이를 통하여 대상집단의 사상, 문화 등의 가치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킴으로써 집단의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전쟁중에는 항공기나 기타 수단에 의해 적지에 살포하는 전단 즉 ‘삐라.’가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사용된다. 한국전쟁만 하더라도 연합군은 660여종 25억장에 이르는 ‘삐라’를 전장에 뿌렸다. 북한 측도 367종,3억장을 살포하며 대응했다. 양측 모두 귀순을 유도하며 추위와 배고픔을 면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달콤한 내용을 주로 담았다. 남북은 종전이후에도 한동안 서로 삐라를 뿌리며 체제비판을 선동했다.
2차대전 중에도 연합군이 뿌린 전단은 무려 80억장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 전단은 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종이폭탄’으로 불렸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초기에는 전단이 실제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후세인 사망설,이라크 고위층 망명설,군병력 대거 탈영설 등을 적은 전단 200만장을 공습지역에 뿌리는등 전쟁내내 끈질기게 전단을 살포, 사단 규모 병력이 통째로 투항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방송도 심리전에 사용되는 단골 메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2년 시작된 대북방송‘자유의 소리’가 그중 하나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후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80년 북한의 방송재개에 대응하면서 다시 이루어졌다. 그러다 2004년 6월 15일 0시를 기해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듯 했으나 천안함폭침사건 이후 2010년 5월 24일 오후 6시를 기해 방송을 재개했다.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도 이 무렵 시작됐다.
최근 북한이 남북고위급 회담 무산을 거론하며 대북 전단을 향해 발포까지 하는등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덩달아 여야 정치권도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민간인 일을 막을수 없다’는 여당, ‘막지못한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야당, 북한의 의도된 전술은 아닌지, 전문가들 조차 헷갈린다는 한반도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