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자 본란을 통해 타 지자체는 수원시에서 개최되는 수원화성문화제를 배우라고 말한 바 있다. ‘완성도를 높인 다양하면서도 즐거운 축제로 기획했다’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수원화성문화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수원만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켜세웠다.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중엔 음식문화축제, 시장거리축제도 열리므로 수원은 온통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며 이번 축제는 역대 행사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51회 수원화성문화제는 ‘모두가 왕이 되는 곳’이란 의미의 ‘왕의 놀이터’ 컨셉으로 진행됐다.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문화제를 앞두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5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는데 수원문화재단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85만명의 관광객이 수원화성문화제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번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수원을 찾아왔다. 전국 각지, 해외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들었다. 인근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관광객들은 정조대왕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그리고 1천500여명의 군사와 신하들, 70여필의 말이 참여해 재현한 조선시대 왕실의 행차에 환호했다. 또 수원화성문화제와 함께 열린 시장거리축제, 음식문화축제, 정조대왕·혜경궁홍씨 선발대회에 즐거워했다. 수원천 등불축제와 공공예술프로젝트 무능도원(無能桃源), 혜경궁홍씨 진찬연, 짚신신고 수원화성걷기 등의 프로그램에 행복해했다. 적어도 외형만으로는 성공한 행사였다. 하지만 반성 또한 필요한 행사였다. 시작을 알리는 개막연과 10일과 11일 열린 무예공연 ‘달의 무사’가 특히 그랬다.
8일 열린 개막공연은 시작부터 행사의 맥을 빠지게 했다는 평이다. 기대했던 무예공연 ‘달의 무사’의 경우도 열에 아홉은 고개를 저었다. 2년 전엔 잔치 장면에서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신칼대신무를 추어서 쓴웃음을 짓게 하더니 이번엔 잡화점이라고 해도 좋을 조악한 내용이었다. ‘달의 무사’인데 주인공 ‘무사’가 없었다. 비보이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난 데 없는 사자와 줄다리기가 등장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번 행사는 양적인 성공은 거뒀지만 질적인 면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내년엔 질량(質量) 모두 성장한 행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