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탄생 후 10억 년 동안 세포 분열만 거듭했다. 이렇게 손쉬운 증식방법은 세포 융합에 의한 유성생식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암ㆍ수가 탄생한 것이다.
영국의 유전학자 스티브 존스가 쓴 「자연의 유일한 실수, 남자」는 생물학과 인문학의 관점에서 남자의 탄생과 생존 과정을 살핀 책이다.
'작은 세포'인 수컷은 융합을 통해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었지만, '큰 세포'인 암컷은 더 많은 DNA를 복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20억 년 전부터 시작된 유성생식은 암컷의 입장에선 최대의 실수인 셈이다.
수컷 역시 순탄한 길만 걷지는 않았다. 수컷은 효소 결핍, 유전자의 결함 등으로 언제든지 '암컷화'될 위험을 안고 있으며, 다른 수컷보다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적대적인 외부환경도 극복해야 한다. 난자를 통해서만 유전자를 전달하는 기생충은 수컷이 태어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예컨대 '세균계의 헤롯왕'이라 불리는 볼바키아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컷의 탄생을 막는다.
인간사회에서도 남성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신체 면역력을 억제해 가난, 질병, 독신생활, 위험을 견뎌내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또 남성들이 살인이나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저자는 수컷을 '암컷의 기생충'이라고 주장한다. 암컷으로 하여금 생식 과정에 참여하고 2세를 위해 영양분을 나누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숙주인 암컷은 침입자에 해당하는 Y염색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수컷은 새로운 전략으로 맞서왔다.
암컷은 또 무방비 상태로 Y염색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의 정자는 고환에서 출발해 수정란이 되기까지 갖가지 물리ㆍ화학적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수정란에 대한 생사여탈권도 전적으로 암컷이 갖고 있다.
책은 이어 '남자다움'의 의미, 정력의 메커니즘, 정자와 섹스 등 남성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이충호 옮김. 예지 刊. 370쪽. 1만3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