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떨어진 가지에 하얀 무서리가 꽃을 피운다. 입시한파를 시작으로 얼음이 점점 두터워진다. 게으름 피우다 뒤늦게 뽑은 텃밭의 배추도 된서리를 맞아 겉잎들이 축 늘어졌다.
아내는 고작 배추 10포기를 김장 하느라 ‘마늘 까 달라, 파 다듬어라’는 등 부산하다. 요 며칠 이웃집들 마당에 낯선 차들이 보이고 있어, 며느리와 딸들까지 김장에 동원된 모양이다. 이들은 하루 수고를 하고는 각자 몫의 김치를 챙겨갈 것이다.
김장은 멀리 살고 있는 가족들까지 모이게 하는 연중행사다. 요즘은 아파트에서 배추 다듬기가 쉽지 않아 절임 배추를 배달시켜 간편하게 담그기도 한다.
중부지방은 11월 초순부터 김장을 시작하지만 따뜻한 남쪽에서는 12월이 되어서야 시작된다. 읍내 농협마트 앞에는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양념과 젓갈류 가게도 따로 열렸다. 금년에는 배추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해 포기당 500원이라 한다.
20포기를 사면 5포기를 덤으로 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도 이웃집에서 무를 너무 많이 나누어주어, 다 먹을 수 없을 지경이다. 배추 가져가라는 지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작황이 좋으면 값이 폭락하고, 값이 좋으면 작황이 좋지 않으니 이래저래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이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
김치는 겨울이 긴 우리나라에서 채소류의 저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삼국시대부터 채소를 소금에 절여 왔으며, 고려 때에는 담그는 채소류가 다양해지고 파, 마늘 등의 향신료가 가미됐다.
조선중기 임진왜란 이후에는 고추가 김치의 주요 양념으로 자리 잡았다.
1613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고추가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했으나 최근 연구에는 고대 중국에서 식용되었고,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후추’라 불렀다 한다.
‘김치’는, 1600년대 말 요리 책에서는 ‘침채’라 하였으나 점차 변화해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 1900년대 이전까지는 김치의 주재료가 무였고, 조선말부터 통배추가 재배되기 시작해 지금과 같은 배추김치가 생기게 되었다.
김치는 계절과 지방, 재료에 따라 고들빼기김치, 보쌈김치, 파김치, 공주지방의 깍두기 등등 그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김치에는 비타민과 풍부한 무기질, 발효 때 증가하는 유산균은 장을 깨끗하게 하며 대장암을 예방한다.
김장은 겨울에 대비해 추위가 오기 전 김치를 많이 담가 저장하는 풍속이다.
김장은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다 하며, 조선시대에는 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장을 살림살이의 2대 중요 연중행사로 기록하고 있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발효식품인 김치가 우수한 영양 가치를 인정받아 점차 세계화 되고 있다. 한편 우리의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김치는 우수한 식품이지만 제조과정에서 소금이 과다 사용되는 약점이 있어, 제한적인 섭취가 필요하다. 오늘의 우리 김치는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산 저급 김치와 일본의 ‘기무치’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