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광주·여주·양평 등 4개 경기동부권 시·군의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아니, 일부는 용암이 끓듯 넘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전 측의 신경기변전소 건립 예정후보지다. 한전은 신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2019년 말까지 76만5천V 옥외 GIS변전소, 76만5천V 철탑 170기 등 신경기변전소를 짓기로 하고 지난달 이천시 마장면 관리, 광주시 곤지암읍 삼합리, 여주시 금사면 전북리와 산북면 후리,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등 경기지역 4개 시·군 5곳을 후보지로 발표했다. 이에 이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대로 강행할 경우 밀양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수십년간 막대한 재산권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온갖 규제를 받아 온 곳으로서 신경기변전소가 건립되면 심각한 생존권 피해를 입게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밀양 송전탑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초고압 송전선으로 인한 암과 각종 질병 발생 등에 대한 공포를 학습한 바 있다. 따라서 건강과 재산권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성직자와 경기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까지도 1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부지선정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본보 2일자 19면) 먼저 신울진~신경기 송전선로의 타당성을 공론화했어야 했다. 또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필요했지만 일방적인 부지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시민들의 성숙도와 합리성이 높아진 지금 밀어붙이기 식의 사업은 이제 커다란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제라도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잘못됐다. 변전소건립 후보지 주민의 말이 옳다. “76만5천볼트 신경기변전소가 코앞에 들어서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정부는 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정책만 하지 말고,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안을 만들어 달라”는 말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천연가스 발전 등 지역분산형 에너지를 늘리거나, 전력수요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대규모 발전소와 변전소를 고집하는 한 심각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제2의 밀양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