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를 동반한 눈이 내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더 춥다. 이 겨울나기를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숙인들이 있다. 한겨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따뜻한 잠자리와 밥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들은 노숙인들의 동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와 수원시에서는 단지 밥과 따뜻한 잠자리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 교육을 실시한다. 뜬금없다는 반응도 있다. 당장 한 끼 밥도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인문학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하지만 이는 노숙인들을 무시하는 말이다.
그들에게도 자존감이 있고 자립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노숙인이 아니었다. 다들 귀하게 태어났고 부모와 형제, 친지들의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성장했다. 재작년 경기개발연구원 김군수 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노숙을 하게 된 원인이 ▲장기간 실업(19.9%) ▲가족해체(16.7%) ▲사업실패(15.8%) 등의 순이었다. 즉 대부분 경제적 요인 때문이다. 노숙인이 된 이후엔 주민등록말소, 신용불량, 알콜중독 등의 문제를 겪게 되고 주거, 의료, 치안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못 받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진다.
이들도 자립해서 사회적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런 복합적 문제들로 인해 노숙인들은 자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숙인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종합관리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자포자기를 하면서 정신과 몸은 더욱 더 만신창이가 돼 간다. 따라서 노숙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당장의 등 따스한 잠자리와 밥 한그릇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훼손된 자존감 회복도 참으로 중요하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노숙인 인문학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다. 그 노숙인 인문학교육이 두번째 수료생 20명을 배출했다.
지난 3일 오후 3시 경기대학교에서 열린 수료식에는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학교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 교육은 민·관·학 공동운영 프로그램으로 지난 5월 20일 시작돼 ‘자신과 이웃을 생각하는 삶’을 주제로 철학, 역사, 문학, 논어, 글쓰기 과목 강의와 함께 집단상담, 연극 등 특별활동이 진행됐다. 작년 22명 수료생 중 12명이 현재 일자리사업에 참여, 사회복귀 준비 중이라고 한다. 따뜻한 소식이다. 모든 노숙인들이 정상적 사회인으로 복귀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