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에서 끔찍한 토막 살인사건이 또 발생했다. 나흘 째가 지나도록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1시쯤 경기도청 뒤편 팔달산 등산로에서 등산객 임모씨가 검정 비닐봉지 안에 시신 일부가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 상반신에는 심장이나 간 등 주요 장기가 없어 '장기밀매'와 연관된 범죄여부도 수사 중이다. 지동에서 일어난 오원춘의 토막살인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오원춘 사건은 지난 2012년 4월1일 오후 10시30분쯤 수원시 지동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곽모(28.여)씨를 집으로 끌고가 성폭행하려다 거센 반항으로 실패하자 살해했다. 그리고 6시간에 거쳐 시신을 365 조각을 내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러 온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던 사건이었다. 수원 인근지역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2003년 ‘살인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특정 지역 시민들의 공분을 산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잘못하다가는 수원이 살인의 도시로 남게 되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경기도의 치안이 대한민국 치안을 대표한다. 그래서 경기도 수부도시 수원의 치안은 경기도 치안의 척도가 된다. 인구 120만 명이 넘어서는 수원시는 치안의 수요도 많은 게 당연하다. 도내 평균과 비교해 112 신고는 1.4배, 5대 범죄는 1.6배, 교통사고는 1.5배가 될 정도다. 그러나 수원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1천500명 수준으로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759명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10월 4대 사회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경찰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인식 아래 수원시는 4대 악 근절을 위한 시민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안전도시 수원’ 구현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민간 주도의 협의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강력사건이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경찰력이 필수다. 치안에 구멍이 더 뚫리기 전에 경찰력을 강화해야 한다. 더욱이 살인사건이 횡행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인명경시와 황금만능 사상 그리고 지도층의 한탕주의 등 사회의 총체적 병리현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근본처방은 사회구성원 전체가 이같은 병리현상을 타파해나가는 데서 찾아야 하겠지만 당장 범인검거에 경찰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 뒤에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