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남의 가난을 돕기란 끝이 없는 일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이 먹히는 나라는 경제·문화적으로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일하기 싫어하는 선천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나 직장의 속박을 거부해 소위 ‘자유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러 있긴 하다. 그럼에도 누구나 빈곤에 허덕이는 대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원한다. 다만 여러 가지 능력이나 자신이 처한 환경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엔 가난이 개인적 결함과 책임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후진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부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공공부조는 국민생활의 최후의 안전망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긴급복지지원제도’도 공공부조다. 생활유지능력이 없는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인 제도이다. 비수급 빈곤층이 많은 현실에서 수급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비수급 빈곤층이 최소화되도록 수급요건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복지지원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급 복지지원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이 발생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저소득 위기가구에 생계비·의료비·주거비·시설비·전기료·해산장례 보조비·연료비·교육비 등을 발 빠르게 지원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위기상황으로 인정하는 사유’, ‘금융재산 기준’, ‘긴급지원 지원금액 및 재산의 합계액 기준’ 등 긴급복지지원법 관련 고시 3건의 일부 개정안을 공고했다. 앞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선 휴·폐업 관련 기준을 완화해 휴·폐업신고일의 ‘6개월 이내’로 뒀던 신청 기한을 ‘12개월 이내’로 확대했다. 휴·폐업신고 직전 주소득자의 종합소득금액을 ‘2천400만원 이하인 경우’로 한정했던 것도 삭제했다. 금융재산은 ‘500만원 이하’로 확대했다. 이혼 위기를 판단하는 기준도 낮아졌다. 이혼으로 소득이 없어진 경우,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일 경우에만 위기상황으로 인정했는데 개정안은 소득 제한 규정을 없앴다.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긴급 복지지원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