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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이야기]성 희롱 근절은 양성평등의식부터

 

최근들어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되어온 저명인사들의 성희롱, 성추행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 국회의장, 전 검찰총장 등 공직의 최고 지위에 있던 사람을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지성이라 여겨져왔던 명문대학 교수들까지, 그리고 드디어는 현직 교수가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사회에서 성희롱이 논의되기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양성평등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성희롱’이란 용어가 우리나라 법률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 12월에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내년 5월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변경)이다. 동법 제17조(고용평등)의 제3항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사업주는 성희롱의 예방등 직장내의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평등한 고용환경을 위한 조치가 명시화되었다. 이렇게 ‘성희롱’이 규정된 경위는 그 유명한 서울대 우조교 사건에서 비롯된다. 이 사건은 1992년 5월 서울대의 조교로 취업한 우조교가 이듬해 6월 재임용에서 탈락하면서 그동안 담당교수로부터 당한 불쾌한 신체접촉 등을 교내 대자보에 공개하면서 사회문제화 되었고, 그해 10월 가해자인 교수 등을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관련 소송으로, 6년의 법정공방을 거쳐 피고인 해당교수가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의 고용평등 환경조성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이를 계기로 ‘성희롱을 하려면 5백만원을 준비하라’는 우스개소리가 회자되기도 했는데, 비록 문제의 근본을 제대로 인식시킨 것은 아니지만 직장내에서 성관련 농담이라도 가볍게 해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데는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우조교 사건의 최종판결 3달 전인 1999년 2월, 정부는 남녀공용평등법을 개정하여 성희롱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즉 제8조의2(직장내 성희롱의 예방)에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가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위하여 직장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의 실시, 직장내 성희롱을 한 자에 대한 부서전환, 징계 기타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하며, 성희롱과 관련하여 그 피해근로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하였다.

2007년 12월에는 재개정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및 예방’과 관련한 조항을 제2절로 만들고, 성희롱 예방교육 및 성희롱 발생시 조치 등을 여러 조문에 걸쳐 명시함으로써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시키기 위한 절차들을 체계화하였다. 이 때 강화된 내용들은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도 동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렇게 법적으로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가 의무화되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명시되어 있어도 실제 성희롱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희롱의 피해자를 살펴보면 대부분 여성근로자들인데, 상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들이 부하 여직원을 대할 때 직장동료로서 존중이나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는 2005년 개원 첫해에 도내 50인 이상 사업체 833곳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성희롱 예방교육은 실시하나 전문강사에 의해 교육을 실시하는 비율은 17.7%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듬해에 성희롱 예방교육의 전문화를 위해 강사은행을 개설하고 현재까지 강사들을 각 기업체에 연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9년간 꾸준히 성희롱 예방교육 강의를 나간 강사에게 그간의 현장변화를 물어보니 피해자(주로 여성)의 성희롱에 대한 감수성은 많이 높아졌는데 비해 가해자(주로 남성)의 감수성은 반복 교육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마도 남은 과제는 획일적 교육보다는 직장내 위치에 따라 피교육생을 구분하여 교육하는 것이 교육을 하는 면에서나 교육내용을 받아들이는 면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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