뾱! 뾱! 뽁!
이른 아침부터 또 아우성치기 시작한다. 오늘은 한 친구의 생일 신고식을 하는가 보다. 눈뜨기 바쁘게 전달되는 소소하고 왁자지껄한 소식들. 그들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그 하루를 보내는 틈틈이 늘 곁에서 맴돌고 있는 친구들, 또는 이웃들은 마치 웅얼거리는 수다처럼 언제부턴가 그렇게 내 스마트폰 앱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주고받는 소식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전 국민 공유용인양 이곳저곳을 떠도는 유머 꽁트에서부터 감성을 울리는 짧은 이야기, 또는 갖가지 동영상 등. 물론 회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나 경조사 소식도 들어있다.
어쩌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듯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소통공간으로는 최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달리는 하루 중에 잠깐 짬을 내어 나누는 소통의 순간이 위안이 될 때도 많으니까 말이다.
손전화기가 없던 시절. 만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 제 시간에 안 오면 출입구 게시판에 메모장을 붙이곤 했다. 빽빽하게 나붙은 메모장엔 갖가지 사연들이 담겨있다. ‘가다리다 간다’, ‘재영아, 극장으로 와라’, ‘다시는 연락하지마’, ‘옆 ○○당구장으로 간다’, ‘배고파, 밥 먹고 올게’ 등등. 물론 긴 편지글을 적어 꽂아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
요즘의 스마트폰 문화와는 사뭇 다른 아련한 정감이 가는 그림이다. 극장 앞에서 시계탑 올려다보며 막연히 기다려주던, 시집 한 권 다 읽을 만큼의 여유까지도 품고 있던 그림 속 그 친구들도 시대와 더불어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잊은 듯 보인다. 약속장소로 오면서도 시시각각 현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모처럼 여유가 있어 스마트폰 앱으로 나눈 대화창을 죽~ 훑어보았다. 대부분의 대화가 ‘ㅋㅋ, 대박, 오키, 짱!, 어쩔?, 헐, 어디야?, 빨리 와 등등’ 겨우 이어지는 짧은 대화와 추임새처럼 거듭되는 영혼 없는 단답형의 답 글. 여럿이 한 곳에서 서로 자기 소식을 전하며 최소한의 궁금증만 해결해 가는 대화방법. 한 시간 이상을 나누었는데도 허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순간의 외로움은 해결할 수는 있지만 영혼을 살찌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아쉬움이 남았다. 왠지 아날로그적인 아련한 그 옛 정서가 그립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몇 자 댓글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시작된 스마트폰 앱 속에서의 며칠 전 다툼을 생각하면 마음속까지 울적해진다.
얼굴 마주보고 나누는 대화였다면 순간에 풀릴 수 있는 오해였을 텐데 끝내 풀지 못하고 퇴장하고 마는 두 친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서로 얼굴 맞대고 마음을 공유할 때가 가장 바람직한 소통방법이 아닐까.
바쁘게 살다보면 참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영혼 없이 스마트폰 앱 속에서 짧은 대화로 소식 전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얼굴 마주하고 진지하게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마음 열어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마주 손 잡아주는 사람이 있는 공간, 오해도 그 눈빛을 들여다보면 다 풀어질 수 있는 그런 따스한 공간이 오늘같은 겨울날엔 유난히 더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