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 지역에 크게 슬픈 일과 크게 기쁜 일이 있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크게 기쁜 일은 경기도민의 바램이던 고등법원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일이고 크게 슬픈 일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발생이다.
사고 직후 안산의 임시 분향소를 찾아갔을 때 그곳을 내리 누르고 있는 탄식과 절대 침묵 앞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공식 분향소 유족 텐트에 들어가 점심 한 그릇 얻어먹을 때는 무력감과 죄의식에 나란 존재가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계절은 바뀌어 영하의 매서운 찬바람이 무릎을 시리게 한다.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재판에 회부되었고 특별법도 제정되었지만 우리 마음속 응어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제껏 참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아직 말을 아끼고 있는 분들이 많다.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탓에 사고의 책임 당사자들이 더욱 원망스러워진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2015년이 되면 자연치유의 복원력으로 그 상처들이 깨끗이 아물어질까?
시간이 지난다 하여 잊혀서는 안 되겠지만 이제는 슬픔에 머무르지 말고 시련을 극복해 보다 안전한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부지런하고 빠른 적응과 변신에 강점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서는 잠시 주춤했던 사회 발전과 경제성장을 다시 점화 시켜야 한다.
이번 사고와 해결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에 차이가 있었고 의견을 달리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용납하고 이해하는 송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2월 마지막 주 여의도 임시국회는 상설특검법으로 여야가 초긴장 상태에서 팽팽하게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느라 다른 법안은 전혀 다룰 여유가 없었다.
경기도에 고등법원을 설치하는 법안 또한 특검법 여파로 법사위원회 회의석상에 상정조차 될 수 없었다.
하지만 17대, 18대 국회에서 무력하게 무산되었던 고등법원의 불씨가 가장 최고조로 발화되고 있는 시기였고 19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을 설득해 둔 상태에서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후반기 원구성으로 법사위 소속 의원 대부분이 교체되게 되고 원점에서 다시 새로운 법사위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설득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던 와중에 지역인사 몇 분이 대법원과 국회 법사위의 핵심 관계자를 집요하게 접촉하였고 법사위 소속 경기지역 의원인 김학용, 전해철 두 국회의원도 배수의 진을 치고 동료 의원들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마침내 경기도민의 염원이 이루어지던 지난 2월 28일 국회 본 회의장.
함께 고생한 몇 명과 법안 통과의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법률안을 상정한다는 개시 선언 후 토론 없이 표결에 들어가 불과 1분 만에 가결되었지만 긴장감에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서울, 대구, 광주, 부산, 대전에 이어 수원에 설치되는 고등법원은 경기도민의 입장에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
수도권이라는 구실로 경기도를 서울과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못된 사례들이 시정되고 사라져야 한다.
경기도를 역차별하는 각종 제도, 법령의 폐기와 재 정비.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