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나라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학습효과’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4대강 사업과 그 이전 시화호 사업을 보면서도 또 다시 물을 막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궁평리와 매향리 사이 바다를 가로막아 건설한 화성호 얘기다. 화성호는 한국농어촌공사가 15년 공사 끝에 지난 2008년 완공한 9.8㎞에 달하는 방조제다. 화성호는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화성호 제방공사가 마무리 된 후 수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최근 지속적으로 오염원이 증가하고 있단다.
지금까지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담수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화성호는 우량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책사업으로 조성한 호수이니만큼 바닷물 유입을 차단해 담수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농경지와 인근지역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배수갑문을 폐쇄해 해수유통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화성호 담수화를 둘러싼 화성시와 농어촌공사간의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농어촌공사는 화성시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배수갑문을 하루에 두 차례씩 열어 바닷물을 유통시켜왔다.
그런데 최근 농어촌공사가 화성호에서 시화호까지 이어지는 도수로 공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화성시와 주민들은 ‘제2의 시화호 사태를 막기 위해선 해수유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화성시 우정읍 서신면 이장단협의회, 사회단체협의회, 남녀새마을지도자 등 주민 100여명이 지난 9일 ‘화성호 담수와 도수로공사를 반대하는 시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업철회와 도수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측의 입장은 ‘수질악화의 문제는 침강지 등의 설치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담수화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과 화성시는 시화호와 평택호 등 담수화가 진행되면서 죽음의 호수가 됐던 곳들을 사례로 들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시화호의 경우 바닷물 유통을 차단한 뒤 어패류가 폐사하고 조류까지 죽어나갔다. 세계적인 환경파괴 사례가 됐다. 이후 여론에 밀려 바닷물을 유통시킨 후에야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은 이제라도 중지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굳이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 물은 흘러야 한다. 이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