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둔 화성시의회와 집행부가 부적절하게 가진 음주 오찬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화성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지난 11일 예결위 동료의원 5명과 함께 점심 때 접대성 술을 마신 뒤 음주 상태에서 내년도 시 사업예산 계수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김정주 의원이 제139회 제2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의장과 부의장의 사퇴할 용의는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의장은 예산편성에 고생한 의회와 집행부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의례적인 오찬이었다고는 하지만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삼임위원회에서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계수조정을 하는 민감한 시기에 예결위 소속 의원들과 집행부가 만나 벌건 대낮부터 술을 겸한 오찬을 했다는 것은 의심받을 일이다. 식대를 지불하면서도 의회와 집행부가 사이좋게 나누어 냈다지만 의회 법인카드의 결제한도를 넘게 되자 집행부의 카드도 함께 사용해 사실상 음식값 지불의 쪼개기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음주 오찬이 끝난 뒤 특정 행사의 비용예산이 5천만원 증액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놓고 의회 내부에서도 비난이 일고 있어 자칫 화성시의회가 내홍을 겪을 우려도 있다.
국회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에 들어가면 회의장 주변은 연일 북새통이라고 한다. 여야 정치권이 “쪽지와 밀실 예산은 없다”며 공정한 예산 심의를 천명하지만 매년 달라지는 게 없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역점 추진사업이나 부서의 핵심사업 예산 증액을 위해서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계수조정이 한창 이뤄지는 민감한 시기에 집행부 간부 및 공무원들과 음주오찬했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일부 의원들도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예산안의 심의의결은 조례안과 함께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해마다 똑 같은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건 문제다. 깎은 예산은 잘했다고 공개하면서도 증액은 여야가 은근슬쩍 넘기며 적당히 주고 받는다. 예산은 주민들의 혈세다. 그래서 자원의 합리적 배분원칙에 따라 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 예산심의 기간에는 집행부와의 식사자리가 예산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화성시의회와 화성시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