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예부터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이다. 내용 그대로 사흘은 춥지만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의미다. 이것은 한반도의 겨울 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이 발달했다가 쇠약할 때까지의 주기(7일)로, 발달 기간과 쇠약 기간의 비율이 3:4 정도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선조들이 체험에 의해 얻은 비율이다.
기상학적 의미로는 고기압이 발달해서 확장해 오는 추운 기간보다는 확장되어 분리되면서 온화한 기간이 다소 길게 지속된다는 뜻이다.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남쪽의 저위도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3일 동안은 춥다. 이것이 3한에 해당되며 또한 따뜻한 공기가 다시 쌓일 때까지의 기간은 4일이 걸리는데 이것을 4온이라 부른다.
언제부터 삼한사온이라는 말을 썼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리고 시대별로 다르긴 해도 지금처럼 현상이 들어맞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조선 중기와 후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삼한사온을 믿지 못하겠다는 문구가 곳곳에서 나온다. 조선 중기인 효종 2년 삼학사였던 김상헌은 '작년의 기후가 무척 추워 삼한사온이라는 이야기는 역시 믿기 어렵다'고 기록했다. 또 조선 숙종 때 문신인 채팽윤은 '극심한 추위가 4일째를 지나니 삼한사온의 이치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글을 남겼고. 조선후기 학자인 심육은 “겨울밤 맑고 온난한 날 적으니 삼한사온 믿지 못하네”라고 썼다.
하지만 정해진 법칙은 아니더라도 삼한사온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 것만은 사실이다.우리조상들이 삼한사온의 구분이 정확하면 풍년, 이상 난동이면 흉년을 예상한것이 그중 하나다. 지금도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선 삼한사온을 최고의 날씨로 친다. 이곳에선 12월 중순경 명태를 덕에 건다. 그것도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 가야 작업을 한다. 그리고 녹았다 얼었다가 반복되기를 기다리는데 ‘삼한사온’ 인 날씨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용대리 사람들은 황태 말리는 일을 하늘과 사람이 7 대 3제로 하는 동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삼한사온이 사라진지 오래다. 지구온난화와 그 에 따른 이상 기후가 주범이다. 어제 오늘 한파가 매섭다. 요즘같은 추위가 계속 될수록 서민들은 ‘삼일만 참으면 따뜻함이 찾아온다’는 삼한사온이 더욱 생각나지 않을까?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