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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밴드는 인생의 낭비다

 

1999년 동창 찾기 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이 대한민국을 강타했었다. 당시 아이러브스쿨의 인기는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년남녀들이 동창과 불륜에 빠지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아이러브스쿨에 집 나간 아내 때문에 항의를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15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밴드’ 열풍에 휩싸여 있다.

‘밴드(BAND)’는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2014년 8월 8일 출시한 모임 전문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다. 캠프모바일에 따르면 2년간 개설된 밴드의 총 수는 1천200만 개이며 1인당 가입한 평균 밴드 수는 2.67개, 밴드 당 평균 멤버 수는 9.33명이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밴드를 통해 동창, 가족, 친구, 동료 등 서로 ‘아는’ 사람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연결하는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이런 수치보다 밴드의 중독성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밴드의 폐인들’이란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잠복기(두문불출)->1기(동가숙)->2기(점입가경)->3기(물아일체)를 지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4기(주객전도) :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일명 밴드질로 보냄. 본연의 업무는 취미생활로 전락. 심지어 새벽녘 문득 잠에서 깬 뒤, 그 동안 추가로 올라온 댓글이 없는지 확인하고 다시 자는 습관이 생김.

▲말기(분골쇄신) : 밴드질과 일상생활 간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시기. 때는 이미 늦었음. 밴드폐인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단계. 급기야 결연한 의지로 밴드탈퇴를 감행. 그러나 심각한 금단증상을 못 이기고 조만간 재가입.

중독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이용자 1인당 월간 서비스 체류시간’에서 밴드는 251분으로 모바일 커뮤니티서비스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난 9월 2일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 밴드는 6월 기준 모바일 월 활동 사용자 수(MAU) 점유율이 28.7%로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SNS 중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중요한 점은 1위 카카오의 카카오스토리는 2013년 1월 점유율 47.7%에서 41.1%로 다소 낮아진 반면, 밴드는 9.9%에서 28.7%로 급상승한 것이다.

한편 페이스북은 22.5%, 트위터는 4.2%를 기록했다.

혹자는 밴드를 ‘제2의 아이러브스쿨’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밴드와 아이러브스쿨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아이러브스쿨의 가입자 수는 500만 명이었던 반면 밴드는 5배에 달하는 2천800만 명(국내 가입자 기준)이다. 또 아이러브스쿨은 컴퓨터로만 사용이 가능했던 반면 밴드는 스마트폰으로 거의 24시간 ‘밴드질’이 가능하다.

특히 남녀가 공존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밴드는 그 중독성과 몰입도가 정도를 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밴드 때문에 ‘설거지 할 시간도 없는’ 주부들과 ‘일할 시간도 없는’ 직장인들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으로는 모자라 정모, 산악회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고, 때때로 신입생, 귀국, 출국, 개업, 경조사 등 온갖 핑계거리를 만들어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기도 한다. 잦은 만남은 호감으로 이어지고 호감은 결국 ‘본인들에게는 로맨스’라 불리는 불륜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SNS를 많이 쓰는 사람이 불륜과 이혼 등 파트너와의 부정적 관계 변화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6월과 2014년 4월, 두 차례나 발표한 바 있다. 연구 대상이었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개방형 SNS다.

개방형 SNS가 ‘전국노래자랑’과 같이 공개적인 장소라고 한다면 밴드는 ‘노래방’과 같이 지극히 폐쇄적인 공간이다. 이 점이 밴드에서의 탈선을 더욱 우려하게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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