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1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근래 평안히 지내지요. 채 정승(채제공.蔡濟恭))은 몇 십일만 지나면 80세 노인이 됩니다. 정승의 별자리가 근래 또 장수를 관장하는 별에 접근하고 있어 영중추부사는 82세, 봉조하는 72세, 판부사는 71세, 그리고 경(심환지.沈煥之 )은 70세가 되니 어찌 장한 일이 아닙니까? 조정에서 보기 드문 성대한 일입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때 이렇게 마음의 선물을 보내니 이 마음을 잘 알겠지요? 이만 줄입니다. 무오년(1798) 12월 10일 만천명월주인(萬川明月主人)은 쓴다’.

정조가 1798년 연말에 우의정으로 있던 심환지에게 보낸 축하 편지다. 그 축하란 다름 아닌 70세 이상 대신이 4명인데 경이 이제 70세가 되어 한 명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며, 70세 이상 고관만이 들어가는 모임에 가입하는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라는 내용이다.

정조는 이처럼 연말이면 나이든 대신들에게 편지를 보내 안부를 자주 물었다. 현대로 치면 연하장과 같은 의미의 문안편지를 보내는 것이나 다를바없다.

왕 뿐만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새해에 스승 ·부모 ·친척 ·친지 등에게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던 풍습이 있었다. 묵은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지금처럼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풍속의 원조격이다.

서찰 받을 사람이 부재중이면 표적도 남겼다. 그리고 주인이 부재중인 집에서는 대문 안에 세함(歲銜)상이라는 옻칠한 쟁반에 흰종이로 만든 책과 붓·벼루를 놓아두고 찾아온 사람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지금으로 치면 방명록인 셈이다.

외국의 경우 새해를 축하하는 연하장의 출발은 15세기 독일에서다. 그리고 사용이 활성화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였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에 신년인사를 함께 하였는데, 이것이 현재 연하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서 연하장이 들어오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는 달리 주로 신년을 축하하는 내용만이 담기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문구로 근하신년(謹賀新年)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 요즘 연하장 구경하기기 매우 어렵다. 다만 인터넷 연하장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가 가기전, 마음에서 우러나 필기구로 정성스레 눌러쓴 연하장 한 장 감사한 이에게 보내는건 어떨까.

/정준성 논설실장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