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이어 이번에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판매하던 토종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됐다. 농식품부는 최근 채취한 닭 시료에 대해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밝히고 시장 안에 있던 가금류 3천200여 마리를 매몰하고 닭 판매업소 11곳을 폐쇄했다. 시장에 닭을 출하한 농장들에 대한 소독과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경기도내에는 전통 5일장이 많기 때문에 확산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올 연초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멈추지 않고 확산 추세를 보이는 데다 국제기구에서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한 구제역까지 돼지농장에서 재발해 우울한 연말이 되고 있다.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때여서 가금류와 가축질병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한 층 더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AI는 2003년, 2006년, 2008년, 2011년 4차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 7월, 9월 등 계속해서 발생했으며 11월에는 전북 김제와 전남 보성에서도 발병했다. 자칫 국제사회로부터 AI와 구제역의 상시 발생국이라는 오명을 듣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리나라에서 AI는 겨울 철새가 날아오면서 퍼뜨렸다가 날이 더워지면 끝이 나고, 구제역은 주로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여름이 되기 전에 종식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축이나 가금류의 전염병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긴장의 끈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번에 성남모란시장에서 발생한 AI는 올 겨울 수도권 지역, 그것도 사람의 왕래가 많은 대형 전통시장에서 처음으로 발생해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5월까지 추진하고 있는 AI와 구제역의 특별방역대책 기간이 무색하게 됐다.
문제는 AI와 구제역의 조기 진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우선 전통 5일장의 철저한 방역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상인과 시민들의 불편도 있겠지만 문제가 심각해지면 잠정 폐쇄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농가에서도 백신 접종, 차량과 외부인의 농장출입 통제 등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기본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농장주들의 외부인 접촉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AI와 구제역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