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을듯 싶다. 새해를 맞아 크고 작은 결심들을 했던 사람들 얘기다. 인생의 목표 같은 거창한 것부터 금주 다이어트 취미 등 소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했지만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결심한 것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웠으면 중국 상나라 탕왕은 청동 세숫대야에 이렇게 새겨 놓았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정말 새로워지려면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라).’ 그리고 세수를 할 때마다 보고 마음을 다졌다고 한다. 단단히 마음먹어도 며칠 못 가 흐트러진다고 해서 붙여진 작심삼일,
그 순위중 1위가 아마 금연이 아닌가 싶다.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20명 중 1명뿐’이라는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담배 끊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설명이 필요없다. 을미년 1월1일 작심한지 3일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났을 뿐인데 이제 담배만 보면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이고 끔속에서 조차 담배를 피워대는 금단현상까지 나타난다. 집에 있을땐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직장인들은 담배연기의 유혹을 참아내기 더욱 어려워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팔·다리에 패치를 붙이고,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수시로 금연 껌도 씹어보고, 심지어 술자리에서 도망도 쳐보지만 역시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필까 말까’의 중간에서 중독이 든든한 후원군인 ‘필까’가 매번 승리(?)하니 결심이 흐트러지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다.
하지만 기왕 마음 먹은 것 흔들림 없이 버텨보자. 담배 값도 인상 됐고 올해 부터는 커피점 호프집을 포함, 전국의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으니 말이다. 담배 한 대 피우기 위해 마치 죄인처럼 흡연 장소를 찾아 헤메는 어리석음은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버텨야 하는 이유는 역시 건강 때문이다. 벤조피렌을 비롯 담배연기엔 60여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1만여명. 단순 의료 비용만 따져도 2천억∼3천억원, 경제적 손실까지 합치면 수조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있다.
‘만인의 적’ 담배. 아침마다 끊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나와 가족을 위해 ‘이제는 끊자’하고 마음먹었으니 어디 한번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