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가 지난 2007년 시범학교에서 처음 도입할 때 경쟁률이 2~3대 1은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률이 최소 2대1은 기록해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기는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도내에서 교장을 공모한 초·중·고등학교에서 해마다 지원자가 미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타 시도에서도 겪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최근 경기도내 초중고 64개교에서 내년 3월1일자 임명 대상인 교장을 공모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49개교에 63명만이 지원서를 제출해 평균 경쟁률이 0.98대 1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제 제도 자체의 폐지를 거론해야 할 때다. 유능한 학교경영자를 공모를 통해 초빙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된 지 벌써 오래다. 아니, 교장임기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교장공모 대상 학교 중 15개교는 두 차례 연속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바람에 관련 규정에 따라 공모제가 무산됐다고 한다. 아무리 규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지원자가 없는 15개나 되는 학교를 공모 대상교로 계속 지정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지원자가 한 명 이하여서 대상이 되는 40여개교에 대해 지난달 재공고를 했지만 지원자 수가 달라지지 않았음에서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행 초기에는 그런 대로 지원자 수가 넘어선 이유가 있었다. 1999년부터 전격 시행된 65세였던 교원정년의 62세 단축 때문이었다. 갑자기 일률적으로 정년을 3년 단축하다 보니 이후 몇 년 간 전국적으로 교장 승진자가 갑자기 속출했다. 이른바 ‘IMF 교장’이 양산됐다. 꿈 꾸지도 않았던 교장 교감 승진자가 조기에 나타나다 보니 교장 임기 8년을 채우고도 정년이 남는 교장들이 또 속출했다. 이들이 교장 임기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장공모제를 악용하기도 했다. 공모 교장은 아직도 교장 임기에서 제외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신설학교 설립이 주춤하고, 학생 수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바람에 교장 되기가 쉽지 않다. 8년 간의 교장 임기 채우기도 벅찬 데 원하지도 않은, 또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에 교장이 되기 위해 공모에 응할 필요가 없어졌다. 완전 개방형이 아닌 ‘그들끼리의 공모’는 앞으로도 이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10년도 안 돼 정착하지 못 하는 제도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 공무원이 없어 필요없는 제도를 또 질질 끌고 가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