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나라 여성의 생활사의 한 단면인 ‘三從之道(삼종지도)’는 小學明倫篇(소학명륜편)에 나오는 말로, 여자의 一生(일생)에 대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 “在家從父(재가종부)하고 適人從夫(적인종부)하고 夫死從子(부사종자)하여 無所敢自遂也(무소감자수야)니라”고 하였다. 즉, “시집가기 전 집에 있을 때에는 아버지에게 순종하고,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에게 순종하여 감히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신삼종지도’란 말이 있다. “어려서는 어머니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아내를 따르며 늙어서는(아내가 죽은 후에는) 딸을 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여성의 지위 변화를 반영한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세칭 ‘갑질 논란’의 중심에 여성이 등장한다. ‘갑’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지나친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을’의 입장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하대(下待)하는 경향이 있다. 합리적 사고의 결핍이다. 온정주의가 비뚤어진 권위주의로 변개된 것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아니 세상은 변한다. 긍정적 변화는 신선하여 우리의 삶과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 합리적 사고는 균형성을 지닌다. 그런데 합리적 사고를 준행해야 만이 성숙하고 공리(公理)적인 사회가 되는데, 온정주의가 고개를 내밀고 그 온정주의가 왜곡되어 몰상식한 권위주의로 흐르고 말았다. 그러므로 ‘갑질 논란’이란 말이 있는 한, 우리는 진정으로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진단이 필요한 때다.
고려가요인 「정읍사」에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쳐 주십시오./ 시장에 계신가요?/ 위험한 곳에 발을 디디실까 두렵습니다./ 아무 곳에나 행상 물건을 두고 오십시오./내 남편이 가는데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이 노래는 현존하는 백제의 노래로 행상인의 아내가 남편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남편에게 무슨 해(害)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달님에게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노래이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애틋함이 잘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다림인가?
기다림은 배려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 중에, 자신의 혈육이 ‘을’의 입장에 놓여있는 경우를 생각하면, 감히 그런 매몰찬 하대(下待)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일이란 것이 질서 속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 누구도 그 질서의 틀 속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갑질이란 특권의식이 요즘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양극화다. 기다림이 없다는 것은 배려가 없는 것이다.
기다림의 역리는 이기주의다. 기다릴 줄 모르고 자기 멋대로 행하는 사람 때문에 주변에서부터 여러 가지 불편함이 파생한다.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참으로 힘들고 답답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기다림의 여유와 순리는 극한 이기주의를 함몰시킬 수 있다. 그제야 참다운 질서가 자리 잡는다. 선진적인 합리적 사고가 작동한다. 배려하는 온정주의를 낳는다. 이 온정주의야말로 약자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훌륭한 인성이요 합리적 사고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