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존경을 받는다. 그는 대통령선거에서 52%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현 지지율은 65%나 된다. 그의 행적을 보면 그럴 만 하다. 재임 기간 서민주택 건설 사업에 40만 달러(약 4억3천644만 원)를 기부했다. 서민주택 건설 사업은 무히카 정부가 취약계층에 5만 가구 주택 공급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월급을 보태서라도 서민주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재임기간 중 월급의 87%를 자신이 속한 정당과 사회단체에 기부해왔다.
그는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에 살지 않는다. 대통령관저는 노숙자들의 휴식공간으로 내어주고 아내 소유의 감정가 10만8천달러짜리 농장에서 살고 있다. 무히카 대통령의 재산 목록에 올라있는 것은 허름한 농장과 1987년형 소형자동차, 트랙터 2대, 몇 대의 농기구가 전부이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걸맞는 인물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지도층의 책임이나 의무, 도덕성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다분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 재벌이나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병역기피, 세금탈세, 원정 출산, 부동산 투기 등은 단골메뉴다. 요즘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리사회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하후상박’식의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 공무원들은 콧방귀를 뀐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축소로 노후의 삶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만~200만원 하위직 연금수급자와 300만원 이상 고위공직자의 퇴직 후 삶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수긍하지만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도 일리가 있다. 확실한 하후상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세대 김진수 교수의 제안처럼 상·하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퇴직 후 일자리를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연금인 연로회원지원금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김성주 의원의 “총리·장관은 길어야 1~2년 연금 넣고 300만~400만원, 공무원은 30~40년 넣고 200만~300만원, 말이 되냐”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적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