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의 알리바바 광장에 가면 ‘아라비안 나이트’에 실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야기의 한 장면이 조형물로 표현되어 있다. 알리바바의 여종 카흐라마나가 40명의 도둑이 숨어 있는 항아리에 뜨거운 기름을 붓는 장면이다.
영리한 여종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 알리바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교훈담중 하나다. 우연히 도적떼가 보물을 숨겨둔 동굴을 발견했고 그 동굴의 문을 여는 주문이 '열려라 참깨'라는 것과 함께. 천일야화의 대표작 주인공 알리바바와 이름이 똑 같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최근 세계 여기저기 돈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열려라참깨’ 를 외치고 있다.
영어 교사였던 마윈(馬雲)이 알리바바사이트를 개설한것은 1999년이다. 다음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소프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처음 만난 알리바바 마윈의 투자제의에 6시간만에 선뜻 2천만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 결정으로 대박이 났지만.
2003년엔 또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개설, 미국의 ‘이베이’를 중국 시장에서 철수시키더니 2008년에는 세계적인 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직구 사이트인 ‘티몰’을 열어 매출을 신장시켰다.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79억 5천만 달러, 순이익은 35억 6천만 달러에 이른다. 알리바바 산하의 사이트에서 팔린 상품만 무려 2천480억 달러어치로 이베이, 아마존의 거래 규모를 더한 것보다 많다.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고 시가총액도 2천314억 4천만 달러(241조 6천억원)로 뛰어 페이스북(2026억 7천만 달러)과 삼성전자(178조 2천억원)를 단숨에 제쳤다
중국 ICT기업이며 세계적 공룡으로 그 몸집을 키운 알리바바그룹이 인천에 100만 m²(약 30만 평) 규모의 ‘알리바바 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투자 금액만 1조 원에 달하며 이곳에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호텔, 물류센터, 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을 향해 ‘열려라 참깨’를 외친 알리바바가 우리에겐 ‘득’이될지 ‘독’이될지 심히 염려스럽고 궁금하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