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늘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소리가 높다. 지난 10일 의정부시에서 난 화재 사고도 그렇다.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주차된 차량 10여 대를 태운 뒤 건물 상층부와 이웃한 10층짜리 드림타운 아파트, 14층짜리 해뜨는 마을 아파트, 4층짜리 상가 건물 등으로 옮겨 붙었다. 이 사고로 1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끔찍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인명구조에 나선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감동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젊은 공무원들이다. 휴무일 집에서 쉬다가 주민들을 신속하게 옥상으로 대피시킨 진옥진 소방사(34), 뛰어내리는 주민들을 팔로 받아내는 등 현장에서 맹활약한 의정부시청 소속 신승진(33) 씨,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다가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은 심효진(30·여) 순경 등이 바로 숨은 영웅들이다. 이들 중 진씨와 신씨는 이 아파트에 살고 있던 주민들로서 화재 후 자신들이 홀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자칫하면 자신의 생명도 잃을 수 있었던 위기상황에서 남의 생명을 구조했다.
이 아파트 8층에 사는 진옥진 소방사는 임용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화재발생 사실을 자마자 주민들을 옥상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보도에 의하면 진 소방사는 주민들이 극단적인 공포심에 빠져 우왕좌왕하자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지 말도록 한 다음 주민들을 옥상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아직 연기가 많이 퍼지지 않은 옆 동 옥상에 판자를 대어 주민들을 이동시킴으로서 주민 13명을 구조했다. 같은 아파트 9층에 사는 시청 9급 공무원 신승진 씨도 기계실 계단 통로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면서 주민들이 빠져나오지 못하자 “두 팔로 받을 테니 뛰어내려라”며 설득, 10여 명을 직접 팔로 받아냈다.
호원파출소 소속 심효진(30·여) 순경은 순찰 중 화재를 목격하고 화재 현장에서 주민대피를 유도해 구급차 이송을 안내한 후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병원에 입원했다. 이재정 순경, 임성규 순경도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의 대피를 돕던 중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요즘 공무원연금 개혁문제로 공직 사회의 분위기가 무거운 중에도 대부분 공직자들은 이렇게 묵묵히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