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을 비집고 올라서는 새해 첫 태양을 보면서 다짐을 구했던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성에 낀 입김을 뿜어내면서 원하는 것을, 아니 희망하는 것들을 가슴 깊이 새겼다. 우선은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화목하길 기원했고 혼기가 찬 첫째가 배우자를 만나 새 출발 하는 과정이 순조로웠으면 하고 소원했다.
2월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첫발을 디딜 딸애가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게 도와달라고 태양신에게 마음을 기댔고 양띠 해를 맞아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양처럼 순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웃으며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 첫 태양을 맞아들였다.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이 새해의 첫 태양 앞에서 한 해의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누군가는 강한 의지로 목표에 도전할 것이고 누군가는 작심삼일이 되어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금연을 다짐했던 지인도 슬그머니 흡연을 시작했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오르겠다는 약속도 어긋났다. 나 또한 도보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을 걷겠다고 자신과 수없이 다짐하면서 아침이면 이런저런 구실로 실천하지 못한다. 걸어서 출근 한 날은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우선 나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뿌듯함과 걸으면서 함께했던 나의 상념들과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을 할 수 있어 좋다.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원룸 촌이 형성되면서 여기저기서 들리는 망치질 소리와 기계 움직이는 소리, 모닥불에 언 손을 녹이며 삼삼오오 모여 있는 무리 속에서 오가는 질퍽한 삶의 소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다.
이제 막 형성되는 도시라서 그런지 음식점과 공인중개사 간판이 한 집 건너 하나씩이다. 아니 한 건물에도 몇 개씩 같은 업종의 간판이 걸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 안에서 치러질 한판의 승부와 생존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예상된다.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강가에 다다르면 새로운 풍경과 만나게 된다. 느티나무를 오가며 재잘대는 작은 새들과 가끔 허공으로 물을 튕기며 튀어 오르는 물고기 그리고 긴 목을 빼 그놈들을 사냥하는 청둥오리를 만나게 된다. 한참씩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정겨운 모습이다.
이쯤 되면 얼굴엔 찬바람이 몰아쳐도 등줄기엔 흥건히 땀이 묻어난다. 상쾌 지수가 높아진다. 이런 기쁨을 느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내 안의 게으름과 너무 쉽게 타협하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만 자신과의 약속은 슬그머니 뭉개버린다. 오늘은 못했지만, 내일은 꼭 하겠다고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만, 그것도 그때뿐 제대로 지킨 적이 별로 없다.
어느새 1월도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적당히 느슨해진 마음에 다시 채찍을 가해야 할 때이다.
누구보다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할 수 있다. 내가 건강하고 내가 행복해야 가족과 주변이 평안하다. 더 늦어지기 전에 새해의 다짐을 점검하고 실천하자. 지금이 바로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