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가족식사라고 했다. 물론 일보다 가족을 우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기에 부응해 비서진도 내부적으로 가족과의 식사를 위해 아침회의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스타벅스 전 CEO 짐도널드도 평소 임원회의보다 우선해서 가족과의 식사를 중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선 몇 년전 유력 대권주자였던 야당의 모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시적인 슬로건을 내걸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식사를 중요시 여기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닌 함께 준비하고 대화하며 자연스레 배려를 배우는 공동체 의미를 담고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애정으로 맺어진 인간 관계의 결합을 일 때문에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식사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유아 청소년기에는 인성과 지성 건강까지 키워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세의 아이가 특정기간동안 습득하는 2천여 개의 단어 중 독서를 통한 것은 140여 개에 불과하지만, 가족과의 식사를 통해선 무려 1천여 개를 배울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가족식사를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유도하여 동기부여와 만족감을 높이는 훌륭한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몇 년 전 미국 미네소타 대 영양학과의 한 연구팀은 청소년 677명에게 유아기와 10대 초기와 10대 중반의 식습관에 대해 각각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규칙적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한 아이는 나중에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 비만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적어 진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어릴때 얼마나 정기적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 했느냐에 따라 건강한 식습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대부분 가족식사시 패스트푸드 대신 우유, 생선, 채소 등 몸에 좋은 음식을 더 많이 먹어 기초 영양분이 고루 섭취됐다고 한다. 하지만 엊그제,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족동반 식사율이 10년 전보다 12% 이상 줄어 들었다는 국민건강통계가 발표돼 안타깝다. 점심은 물론 아침과 저녁식사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어서라고 하는데 자칫 가족이라는 의미마저 깨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