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겨울방학을 맞은 초·중·고 교원들의 성품직무연수를 진행하면서 예년처럼 여성 교사들이 남성 교사들에 비해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여성 교사들을 보면 그들이 한 가정의 엄마라는 생각에 애잔한 동질감이 든다. 나 역시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직장에서는 교육자로, 또 가정에서는 엄마로, 몇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13년에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 수는 전체의 42.9%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직장에서의 업무 강도가 높은 나라에서 직장업무와 자녀양육을 모두 탁월하게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들 워킹맘들은 늘 시간에 쫓기며 일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분주하다. 그러다가 한순간 아이에게 부적응 현상이나, 손 댈 수 없는 나쁜 버릇 등 성품의 문제가 나타나면 ‘내가 아이와 항상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워킹맘은 회사에서도 죄인이고 집에서도 죄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죄책감에 짓눌려 산다.
그러나 워킹맘인 것 자체가 자녀양육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여성학자 린다 허쉬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통계적으로 직장 여성을 어머니로 둔 자녀와 전업주부를 어머니로 둔 자녀의 행복지수는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학업성취 면에서도 프랑스 국립과학원이 연구한 자료를 보면 전업주부의 자녀들 가운데 여자아이들의 경우 35%가 평균성적을 얻은 데 비해 워킹맘의 자녀들 가운데 여자아이들은 42%가 평균 성적을 얻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더 높아서 전업주부의 자녀인 경우 35%, 워킹맘의 자녀인 경우는 50%가 아버지보다 학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자녀양육에서 워킹맘이나 전업주부 그 자체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워킹맘이라는 죄책감은 이제 떨쳐버려도 되지 싶다.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면, 양보다 질적인 면에 더 신경쓰면 된다.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주지 못해도 함께 있는 시간에 자녀들과 질적으로 더 친밀하게, 더 즐겁게 보내면 된다.
기쁨이란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즐거워하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녀의 존재 자체를 즐거워하고 기뻐하자. 기쁨의 성품을 표현하는 대화인 “나는 네가 내 아들인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해”, “엄마는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좋아”라는 말로 아이들을 볼 때마다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격려하면, 아이들은 행복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집안일을 자녀와 함께하는 놀이로 전환해도 좋다. 워킹맘들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짓거나, 청소를 하느라 곧장 집안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집안일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자녀에게 자립심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엄마와 함께 성취감과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잠들기 전 자녀와 ‘10분 해피타임’을 가지는 것도 자녀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유익하다. 아이와 하루 동안 실천한 성품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을 나누고, 대화로 좋은 성품을 가르치고 격려하는 보물 같은 시간이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엄마로서 가정을 지키는 좋은 성품의 책임감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임감이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끝까지 맡아서 잘 수행하는 태도’(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다. 직장과 가정에서 균형 잡힌 책임감을 가지고 나은 한 해를 만들어 가려는 모든 워킹맘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